獨 국채 발행이 실패? 독특한 발행 시스템 탓

獨 국채 발행이 실패? 독특한 발행 시스템 탓

권성희 기자
2011.11.24 15:34

유럽 1위, 세계 4위의 경제대국 독일이 10년물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독일 정부는 23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 60억유로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 부진으로 36억4000만유로 어치밖에 팔지 못했다. 이는 유로존에서 경제가 가장 안정적인 독일의 국채마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독일마저 유로존 위기에 오염됐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날 경매를 실시한 독일 국채에 대해 수요가 부진하자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 때 3주만에 최고치인 2.09%까지 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사이자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에발드 노보트니는 "경고 신호"라고 걱정했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도 독일의 국채 경매 결과에 "매우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유로존 부채위기가 이제 폭넓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 실패라는데 입찰금리는 사상 최저

하지만 독일이 발행한 국채가 목표했던 물량의 65%밖에 팔리지 않은데 대해 국채 발행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국채 경매 결과가 앞으로도 독일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의 매도가 계속되면서 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단 이날 독일이 발행한 국채의 평균 입찰금리는 1.98%로 사상 최저였다. 독일 정부가 금리를 2%로 제시하고 2%가 넘는 입찰 수요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탓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60여년 역사 가운데 독일 정부가 10년물 국채를 단 2% 금리로 발행하려고 시도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가 금리 2% 밑에서 발행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채 금리가 낮으면 입찰자들은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낮다. 투자자들로선 독일 국채가 안전하다고 해도 독일 국채를 사상 처음으로 2% 금리에 매수하는데 큰 매력을 못 느꼈을 수 있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의 수석투자책임자(CIO)인 마이클 크라우츠버거는 "투자자들 사이에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가 부진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분트(독일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 라이프의 국채 이사인 잭 켈리는 "유럽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장기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라며 "성장률이 둔화되면 분트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은행들 유동성 부족에 獨 국채 입찰 안했다?

리걸&제너럴 투자관리의 신용 전략가인 벤 베넷은 연말에는 언제나 그렇듯 돈 쓸 곳이 많아 이번 독일 국채 발행에 입찰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독일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더 떨어졌던 데서 알 수 있듯 이미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를 많이 매입해 놓았기 때문에 굳이 2% 이하로 발행되는 신규 국채 발행에 입찰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국채 입찰만 따로 놓고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로 독일의 국채 입찰이 성황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독특한 국채 발행 구조도 이날 입찰 수요가 부진했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국채를 발행할 때 경매에 붙인다. 경매에서 국채를 다 팔지 못하면 독일의 국채 발행기구(Finanzagentur)가 팔지 못한 국채를 조금씩 2차 유통시장으로 공급한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을 선정해 이들에게 국채를 배분하고 일반 투자자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들을 통해 국채를 매수하도록 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은행들은 독일 국채에 반드시 입찰해야 할 필요성이 없으며 설사 입찰하지 않는다 해도 독일 정부와 관계가 나빠질 이유도 없다. 반면 프라이머리 딜러를 통해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증이 있는데도 국채 발행 때 입찰하지 않거나 소액만 입찰할 경우 자격증을 취소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유로본드 연구보고서가 獨 국채 수요 부진의 원인

블랙락의 크라우츠버거는 현재 유럽 대륙의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국채 보유량을 줄이거나 최소한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실시하는 국채 경매에 참여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ECB의 빅터 리베이로 콘스탄시오 부총재도 이날 독일 국채에 입찰이 부진했던 것은 "기술적인 이유들 때문"이라며 "독일의 자금 조달 능력 자체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날 유럽위원회(EC)에서 유로존 공동 국채인 유로본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독일 국채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로본드가 도입되면 독일이나 이탈리아나 같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게 돼 독일로선 금리 상승을 감내할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창업자인 스티븐 젠은 "EC가 독일도 남유럽과 같은 수준의 국채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은 날 독일의 국채 입찰이 실패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라고 반문했다.

유로본드에 대해 뱅크 오브 뉴욕 멜론 은행의 사이먼 데릭은 "독일은 국채 시장에서 지난 25년간 좋은 평판을 쌓아왔다"며 "독일은 그리스가 이 평판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결코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리스가 엄격해진 유로존 규율을 따르든지 유로존을 탈퇴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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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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