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은맥을 캐라/ 골드처럼 사는 실버들
#. 2026년 3월. 서울 강남 지역 A성형외과는 평소처럼 예약 손님들로 북적였다.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손님들 나이가 대부분 60~70대 이상이라는 것. 이곳 성형외과는 손님들을 부르는 것도 색다르다. 단순하게 이름을 나열하지 않고 00오빠, 00언니라는 호칭을 쓴다. 20~30대 젊은 간호사의 부름에 70대 고객들은 당연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 원장과 면담을 갖는다.
강남권 성형외과 간판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성형외과 고객들이 20~30대가 주류였다면 지금은 뉴 시니어층들이 핵심 고객이다. 패션업계 역시 젊은층에서 시니어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는 옷과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때때로 60~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개최해 이슈를 모으기도 한다.
한국이 26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이 사례 역시 1955~1963년생 715만명이 자신들의 평균수명 90세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를 미리 그려본 가상현실이다. 기간으로 따지면 고령층 사회가 불과 2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현재 65세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 중 11.0%로 늘었고 2018년에는 14.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초고령화로 접어들면서 고령인구 비율 20% 진입도 가능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급속한 세태변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더욱이 현재 50대가 주를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세대다. 뉴 시니어라는 신조어도 이들을 가르치는 용어다. 따라서 앞으로 실버산업은 새로운 변화와 함께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인전용상품 ‘NO’ 뉴 감각 상품 'OK'
그렇다면 앞으로 실버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우선 정부주도로 민간사업을 활성화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또 실버세대의 범위를 좁히고 연령층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동안 실버산업은 범위가 넓고 연령층을 어떻게 구분해야하는지 애매한 것이 사실. 일각에서는 정년퇴직 나이대인 55세를, 또 다른 전문가들은 60~65세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출시된 실버상품은 60% 이상이 수입물품이고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물품 역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겨냥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앞으로 몸이 건강하고 여유를 즐기려는 시니어층이 많아지고 젊은 세대들간의 벽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앞으로 민간기업들도 노인을 겨냥한 것이 아닌 젊은층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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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익 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은 “정부는 실버산업의 범위가 넓고 모호해 의료기기나 유헬스 케어 등 눈에 보이는 산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노인 전용 지팡이나 휠체어, 실버카 등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상품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 건강하면서 오래 사는 시니어들이 증가하면 그들을 겨냥한 특수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실버산업 전문가들은 시니어들도 젊은 세대와 차별받지 않으면서도 노후를 즐기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기업에서 노인만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한다면 대부분 오래 못 버틸 것”이라며 “노인층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 그들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감각의 상품이 나온다면 20~30대 세대와 시니어들의 벽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서 아프레(APRAIS)와 실버그룹을 운영하는 킴 워커 회장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고령화는 심리적인 고령화, 생리적인 고령화로 나눠서 접근할 수 있다”면서 “노인은 자신이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믿는다. 젊게 살고자 하는 고령층의 욕구를 기업들이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老老케어 시대로 변화
실버세대들이 골드처럼 노후를 즐기는 정책도 필수 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퇴직 후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경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나이 중심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노인들의 경제력을 키워주는 유료봉사와 안정적인 SOC 활성화 등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노인 복지 시스템은 당장 큰 재산이 없는 이상 여유로운 제2의 인생을 즐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동일 한국실버산업협회 박사는 “국내 노인복지법을 보면 복지주택에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편의와 안전을 고려한 지원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노인들의 재취업 문제는 물론 그들이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지원은 취약하다”고 말했다.
조경훈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실버요양산업학과 교수는 “제2의 인생을 원하는 시니어층이 늘어나는데 비해 정부 정책은 미흡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시행착오는 피할 수 있다. 이미 고령층으로 진입한 해외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2018년 실버산업 시장은 150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젊은층이 노인을 모시는 것이 아닌 노인이 노인을 케어 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노인들이 무료봉사를 하지 않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