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주면서 욕 먹는 이유

크리스마스 선물, 주면서 욕 먹는 이유

권성희 기자
2011.12.09 15:45

[줄리아 투자노트]

"엄마, 왜 산타 할아버지는 내가 좋아하는 선물은 안 주고 엄마가 좋아하는 선물만 줘?"

아들은 7살 크리스마스 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들이 원하는 선물이란 닌텐도 게임기, 포켓몬스터 카드와 모형, 유희왕 카드, 만화책 같은, 내가 보기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시껄렁한 것뿐이다.

난 언제나 아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두뇌 개발에 좋은 퍼즐이나 원목블록, 인생의 교훈을 담은 책 같은 것을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로 준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 나 역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유치원 때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한 아저씨가 방문해 부모님이 준비한 선물을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인양 나눠주는 행사가 있었다.

나는 어쩐 일인지 7살임에도 산타 할아버지란 세상에 없고 선물은 엄마가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엄마에게 커다란 공주 인형을 갖고 싶다고 몇 차례나 거듭 당부한 참이었다. 하지만 내가 받은 선물은 납작한 직사각형 박스였다. 도저히 인형이 들어갈만한 포장이 아니었다.

불길함을 느끼며 포장을 거칠게 뜯어보니 벽돌색 스웨터가 들어있었다. 멋대가리라곤 전혀 없는 너무나 실용적인 스웨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벽돌색 스웨터가 유일하다.

이제 곧 선물을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한편, 나는 어떤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내가 주고 싶은 선물과 상대방이 받고 싶은 선물이, 아들과 내가 겪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어긋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이 갖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 예를 들어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나쁜 것이라도 주는 것이 좋은 선물일까.

여자친구가 간절히 원한다고 6개월 카드 할부로 200백만원 짜리 명품 가방을 사주는 것이 좋은 선물일까. 상대방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가격이 부담돼 선물을 하는 마음에 기쁨이 없다면 그것이 좋은 선물일까.

정말 좋은 선물이란 내가 줘서 기쁘고 상대방은 받아서 행복한 선물일텐데 과연 그런 주고 받는 마음이 맞는 선물이란 어떤 것일까.

1. 선물은 현재를 주는 것=선물은 영어로 '프레즌트(present)'라고 한다. 이 단어에는 '현재'라는 뜻도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스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선물(present)은 현재(present)라는 교훈을 담아 '선물(present)'이란 책을 썼다.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이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 현재인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도 현재다. 내 아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갖고 싶은 것을 원했음에도 나는 언제나 아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선물을 골랐기 때문일 것이다.

선물은 상대방의 현재를 배려해 내가 현재 줄 수 있는 최선을 주는 것이다. 선물을 받는 상대방의 지금 이 순간과 나의 지금 이 순간이 만나 조화를 이룰 때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 된다.

2. 선물은 재능을 주는 것= 선물은 영어로 '프레즌트(present)' 외에 '기프트(gift)'란 단어로도 쓰인다. 또 '기프트(gift)'에는 '재능'이란 뜻도 있다. 신이 주신 선물, 기프트란 그 사람이 가진 재능, 재주란 의미다.

따라서 선물이란 나의 '기프트(gift)'를 주는 것, 즉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재주를 주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재능이란 그 사람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선물이란 '나' 자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물건이나 상품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을 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기프트'가 담겨 있다면 좋은 선물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는 것, 악기를 연주해 주는 것, 시를 외워주는 것, 집안일을 도와 주는 것, 상대방이 바라던 어떤 일을 해주는 것,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는 것 모두가 선물이다.

3. 선물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주는 것=선물을 주는 사람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심각한 착각이 정성만 있으면 '오케이'라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여성들 사이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팬더댄스'란 만화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어떤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사귄 지 100일째 기념이라며 직접 만든 초콜릿과 직접 접은 종이학을 준다. 남자는 여자친구의 시간과 정성이 깃든 선물을 보고 "대체로 수제선물은 크고 가볍고 쓸모 없고 재료비도 터무니없이 저렴하다"며 "그 시간과 정성으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값어치 있는 선물을 사라"고 냉정하게 쏘아 붙인다.

또 "가치있는 선물이란 자고로 작고 묵직해야 한다"며 "대충 정성으로 얼버무려 쓰잘데기 없는 거에 억지로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초콜릿과 종이학은 "어차피 네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이고 결국 "자기만족"인데 "나까지 기뻐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그건 정말 오만이고 착각"이라고 말한다.

정말 못돼 먹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종이학 받고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다. 최근 '이츄'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혼남녀 8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나 여자나 공히 학이나 거북이 등 종이접기를 최악의 선물로 꼽았다

애인에겐 저렴한 색종이 사다가 종이학 접어 선물하면서 애인은 나에게 휴대폰이나 브랜드 운동화, 캐주얼 의류 같은 가격이 나가는 선물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종이학에 정성이 수백톤이 담겼다 해도 감동이 없다. 선물은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다.

4. 선물은 받아 줘서 감사한 것=사람들은 선물을 주면 당연히 상대방이 고마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주는 쪽의 일방적인 착각이다. 때로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부담이고 심하게는 굴욕이 될 수도 있다.

선물은 언제나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양로원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과 양로원에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 어느 쪽이 되고 싶은가. 남이 거저 주는 선물을 고마워하면서 받는 처지보다는 언제나 주는 입장이 우월하다.

이미 상황이 이러하니 주면서 생색내거나 상대방이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선물을 주면서 상대방의 감사를 바란다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 이미 '감사'란 대가를 바라는 거래이다. 선물은 줄 수 있어 감사하고 상대방이 받아주니 감사한 것이다.

올해 당신은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존재'를 나누는, 거래가 아닌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주는 '감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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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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