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선거철이다. 이른 아침 출근길, 지하철 입구엔 강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어김없이 고개를 숙이며 명함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후보들이다.
정치 시즌이 달아오르고 있는 정황은 여의도에서도 속속 포착된다. 국회를 중심으로 대기업을 향해 쏟아내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게 단적인 예다. 정치인들은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지 못해 신뢰를 잃어가는데도 마치 그 책임이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기인한 양 그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대기업 때리기'는 선거철의 단골 이슈여서 사실 이례적인 현상도 아니다.
올해도 정치지망생이나 기성정치인, 그들 만의 잔치가 될 듯한 분위기다. 이래선 4, 5년 뒤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여론몰이'가 아닌 '생산적인'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화두가 된 일자리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여권에선 올해 청년과 노인,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 지원 일자리를 56만개로 확대한다면서 이와 별도로 기업의 연장근로 단축방안을 들고나왔다.
특근이 잦은 수출 대기업 등에서 용인되던 휴일근무를 단축해서 추가 채용을 유도하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구상이다. 지금은 주당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가 허용되는데 휴일 특근이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탓에 주당 60시간 근로도 가능했다.
여권은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서 제외해 52시간이 넘는 분은 신규 채용으로 해결토록 한다는 것이다.현대자동차(469,500원 ▼1,500 -0.32%)의 경우 이 방안을 적용하면 휴일근무 대체인력으로 전체 직원의 15~20%(6700~9000명) 안팎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추산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 계산이 현실화할지 의문이다. 당국의 구상대로 '잡셰어링'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기존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손실도 감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노동계는 이 방안에 동의하더라도 임금삭감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할 말을 잊은 표정을 짓는다. 경쟁국에 비해 떨어지는 생산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인데 생산성 요인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한번 대체인력을 뽑아버리면 경기가 악화된 때 인력을 조정하기가 어려워 결국 경쟁력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답답해 한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기는커녕 경직되는 쪽으로 간다면 기업들이 아예 해외에서 일감(일자리)을 늘려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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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잡셰어링' 효과를 자신한다면 솔선수범한 뒤 기업에 권고해보는 게 어떨까. 야근이 빈번한 부서를 대상으로 신규 공무원을 뽑는다면 기업보다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인건비를 대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급박한 상황(업무과다)이나 특단의 목표(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한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생산성부터 높이라는 주문을 받지 않을까 싶다.
잡셰어링은 '노·사·정 합의'와 같은 대타협 없이 기업만 압박해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일자리는, 그것도 양질의 고용은 왜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않는지를 놓고 먼저 대기업과 머리를 맞대보라. 뽑는 시늉만 한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규제 때문은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성장에 긴요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요즘 대기업을 다시 압박하는 것이라면 먼저 풀어야 할 것은 일자리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