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려로 미끄러지던 뉴욕 증시는 30일(현지시간) 장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술주 주도로 낙폭을 줄이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이견과 포르투갈 국채수익률 폭등 등이 증시 발목을 잡으며 상승 반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투자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이날 시황을 한 마디로 "큰 손실에서 작은 손실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한 때 131포인트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6.74포인트, 0.05% 하락한 1만2653.72로 마감했다. 30개 편입 종목 가운데 16개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3.02%, P&G가 1.7%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지며 다우지수를 압박했다. 반면 기술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1.3%, 통신주인 버라이존이 1.07% 오르며 다우지수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S&P500 지수는 3.31포인트, 0.25% 약보합세를 보이며 1313.02으로 거래를 마쳤다. 민간 채권단의 그리스 채권 상각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되면서 금융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나스닥지수는 한 때 34포인트까지 떨어지다 4.61포인트, 0.16% 하락한 2811.94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에 대한 우려로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일주일 남짓만에 처음으로 20을 넘어섰다.
이날 브뤼셀에서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모여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을 논의했으나 기싸움만 팽팽히 진행했을 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때는 민간 채권단들이 부담 공유 차원에서 그리스의 부채 규모를 상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 포르투갈의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포르투갈도 그리스처럼 구제금융만으로는 부족해 채무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에게 확산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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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회의, 그리스 구제금융 둘러싸고 여전한 기싸움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놓고 그리스 정부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 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 유로안정화기구(ESM)와 신재정협약에 대한 추가 논의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 2년 동안 공공부채가 목표치를 초과하는 등 경제 개혁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독일과 네덜란드가 재정주권을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네덜란드 마크 루테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그리스가 해야 할 일은 구제금융 패키지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리스가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가야 그리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이같은 요구를 크게 분노하며 거절했다.
PNC 자산관리 그룹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빌 스톤은 "이날 오후까지 그리스 채무재조정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다소 실망을 줬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간 손실분담(PSI) 협상도 타결되지 못하고 지연됨에 따라 5000억유로 규모의 ESM을 확대하고 신재정협약을 마무리하려던 EU의 당초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PSI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최종 승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 제2의 그리스 되나
전자거래 플랫폼인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포인트 이상 뛰어 오르며 포르투갈이 유로화를 사용한 이후 최고치인 15.2%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의 2년물 국채수익률은 19.2%, 5년물 국채수익률은 22%를 넘어섰다.
BTIG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댄 그린하우스는 "이런 수준의 수익률로는 포르투갈이 (위기) 후면에서 전면으로 매우 빠른 시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유로화는 이날 달러 대비 1.3103달러로 거래되며 지난주말과 비교해 0.7% 하락했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채권 전략가인 리처드 맥과이어와 린 그레이엄-테일러는 부채위기가 해법을 발견할 때까지 유로존 주변국의 성장세는 계속 부진할 수밖에 없으며 "포르투갈의 경제 전망 역시 조만간 개선될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포르투갈은 '채무재조정' 위험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의 첫번째 채무재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포르투갈에 대한 우려가 강화되진 않을지라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투갈에 대한 우려는 그리스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인 채권 가치 상각을 둘러싼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고조되고 있다. 현재 그리스 민간 채권단은 그리스의 전체 채무 규모를 약 1000억유로(1310억달러) 가량 자발적으로 감축해줄 것을 강요 받고 있다.
◆낙폭 축소시킨 일등 공신은 기술주
이날 증시의 구원자는 기술주였다. 스타이플 니콜라우스의 전략가인 엘리엇 스파는 "하락 때 매수하려는 대중들이 여전히 있으며 특히 이런 투자자들의 관심이 오늘은 나스닥에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각각 1.3%씩, IBM은 1.1% 올랐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상품 가격은 약세였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78센트, 0.71% 떨어진 98.78달러로 마감했다. 금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온스당 1달러, 0.18% 하락한 1734.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와 개인소득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개인소비가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1% 증가를 밑도는 것이다. 개인소비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0.1% 늘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개인소득은 0.5% 늘었다. 소득이 증가했지만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저축율은 4개월만에 최고인 4%를 나타냈다. 12월 개인소득 전망치는 0.4% 증가였다. 개인소득은 지난해 11월에는 0.1% 늘었다.
미국 가정들은 경기가 큰 반등세를 나타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지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고용상황이 더욱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