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지금이라도 금에 투자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되묻고 싶다. 금에 투자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란 돈을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돈을 불리기 위해서도 투자하지만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투자한다. 수익을 위해서도 투자하지만 안전을 위해, 즉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도 투자한다. 안전자산이란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금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전통적으로 금은 안전자산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금은 마치 위험자산처럼 움직였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 떨어지고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이 상승하면 덩달아 랠리했다.
안전자산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야 한다. 안전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반대 방향으로 뛴다는 것이 투자의 기본 정석이다. 하지만 금이라는 투자자산은 최근 몇 년새 안전자산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망각했는지 주식보다도 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해왔다.
금은 최근까지 12년간 온스당 250달러에서 1750달러로 올랐다. 지난해 중순에 1900달러를 돌파했다 떨어진 것이 1700달러선이다. S&P500 지수가 2000년 초 1450에서 현재 1350으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이야말로 수익률이 21세기 '왕 중의 왕'이다.
이런 이유로 돈을 불리려는 목적으로, 즉 수익성에 끌려 "금에 투자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얼른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금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물론 있다. '황금충(Gold Bug)'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문제는 황금충이 생각하는 금값 상승의 논리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다는 점이다.
황금충들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금값을 폭등시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를 찍어내 유통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급락할 것이고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대안으로 금이 화폐처럼 대우받을 것이란 논리다.
따라서 황금충들은 언젠가 금이 온스당 1700달러 수준이 아니라 3000달러, 5000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를 메우기 위한 미국, 채무위기를 막기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지폐가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금값은 오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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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금충들의 정반대편의 주식 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이 있다. 버핏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춘에 기고문을 실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금에 대한 비판이었다. 버핏은 이자도,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은 자산을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표적으로 금을 꼽았다.
금처럼 이자도, 배당금도 없는 자산은 오로지 내가 산 것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다른 사람들이 되사줄 때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어떠한 수익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세상의 모든 금을 모두 모아 합해 놓으면 1큐빅, 약 68피트의 정육면체가 되는데 현재 금 1온스당 가격이 175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크기의 금값은 9조6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정도의 돈이면 "미국의 모든 농경지(매년 2억달러 가량의 농산물을 산출해내는 4억에이커의 토지)와 엑슨 모빌(매년 400억달러 이상의 순익을 내는 세계 최고로 수익성 높은 기업) 16개사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에 대한 버핏의 분석은 구구절절 옳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사람들은 수익이 아니라 안전 때문에 투자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황금충처럼 금값이 폭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 12년간 7배가 올랐으니 금은 실제로 버블일 수도 있고 2000년초 IT주가 폭락했듯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에 투자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수익성은 잊고 안전을 위해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대신 자산의 1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상장지수펀드(EFT)가 아닌 진짜 실물 금을 사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안전' 차원에서 투자는 자산의 5~10%면 충분하다. 또 금은 황금충들이 예견하는 초인플레이션이 도래했을 때 가치가 보존되는 화폐이자 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물로 갖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다. 금에 투자했다는 온라인 계좌내역이나 종이 증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수익률에서 금보다 은이 출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역시나 금이다. 금이 블루칩이라면 은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옐로칩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금에 투자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돈을 모아 순금반지를 사모으는 것이 최선이다. 금값이 폭락해도 손가락을 빛내줄 금반지는 남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