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다"

"당신은 당신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다"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3.09 13:30

[줄리아 투자노트]

"어떤 거래에서나 멍청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누군지 모른다면 그 멍청이는 바로 당신이다."(2012년 2월8일 뉴욕타임스)

이처럼 냉정한 말을 하는 사람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다. 심리학과 교수를 경제학자로 소개한 이유는 그가 행동경제학의 개척자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카너먼의 투자 심리학에서 핵심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사람'이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존재지만 카너먼 교수의 눈에 비친 '사람'은, 최소한 투자할 때만은 매우 비합리적인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와 직관을 믿고 투자하지만 이 투자 결정이 대부분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익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주가가 오르면 그나마 얻은 이익이 사라질까 두려워 주식을 팔아 버리고 주가가 떨어지면 지금까지 손해 본 것이 아까워 주식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오르는 주식은 팔고 손해 보는 주식은 계속 보유하는 '멍청한' 상황이 초래된다.

과거의 단기 수익률을 보고 앞으로 장기 추세를 예측하는 비합리성 역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진 '어리석음'이다. 실제로 지난 3개월의 펀드 수익률을 믿고 노후자금을 맡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카너먼은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가 분석적이고 꼼꼼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2보다 정보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다시 말해 대강 처리하는 시스템1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살 때 자의적으로 목표주가를 정해 놓으면 별다른 수익이 없어도 이 목표주가에 근접할 때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것 역시 우리 두뇌의 비이성성 탓이다. 카너먼은 이를 '닻 내리기(Anchoring)'라고 표현하며 별 의미 없는 숫자라도 한 번 정해 놓으면 거기에 닻을 내리고 집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인지 오류는 그 때 그 때 주어지는 정보에 즉물적으로 반응하면서도 뭔가 자신에게 특별한 투자 본능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누구라도 붙잡고 자신의 투자 실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라. 대부분이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비이성적이고 자의적인 판단과 황당한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합리적인 투자자로 거듭나는 방법은 없을까. 행동 경제학자들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투자자가 되기 어려우니 능동적인 투자를 피하고 수동적인 투자를 하는 것, 예를 들어 시장의 대표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카너먼 교수는 투자자들이 "좀더 시스템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할 때 자신의 두뇌를 믿기보다는 자동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시스템 트레이딩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극소수의 투자자들은 있다. 이 극소수의 탁월한 투자자들은 남다른 두뇌나 신기를 가진 것일까.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대학의 메이어 스탯먼 재무학 교수는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What Investors Really Want)'이란 책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두뇌의) 시스템1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와 본능, 통찰에 의존해 투자하면서도 큰 성공을 거둔 소수의 투자자들이 대다수 비합리적인 투자자들과 다른 점은 오랜 훈련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습관처럼, 본능처럼 몸에 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 두뇌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을 충분히 반복해야 비합리성을 털어낸 합리성의 정수에 도달할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두뇌의 비이성성을 극복하는 비판적 사고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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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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