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갑부' 엄마, 자녀들 유산 안주려고...

'슈퍼 갑부' 엄마, 자녀들 유산 안주려고...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3.16 15:30

[줄리아 투자노트] 부자 엄마가 자녀들에게 유산 상속 거부하는 이유

호주 최고의 부자인 지나 라인하트(56)가 자녀들과 재산 분쟁에 휩싸였다. 라인하트는 아버지가 물려준 광산업체 핸콕 프로스펙팅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호주 최고의 부자가 된 여성이다.

법적 다툼의 내용은 간단하다. 라인하트의 아버지 랭 핸콕은 일찌기 손주들을 위해 핸콕 프로스펙팅 지분 23.6%로 신탁기금을 만들어 딸에게 관리를 맡겼다.

라인하트의 신탁 기간은 원래 4자녀 중 막내가 25살이 되는 지난해 9월6일까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신탁 기간이 만료되기 바로 며칠 전에 신탁 기간을 2068년으로 연장했다.

지난해에 어머니의 간섭 없이 신탁을 관리할 수 있었던 자녀들은 당연히 반발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막내는 돈 때문에 가족끼리 싸우고 싶지 않다며 소송에 가담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봐도 흔하디 흔한 '있는 집안'의 재산 다툼이다. 하지만 소송 내용을 보면 '엄마'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호주 언론에 공개된 소송 문건에 따르면 라인하트는 자녀들이 큰 돈을 물려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자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신탁을 관리할 능력이나 기술, 지식이나 경험, 판단력, 책임감 있는 근로윤리 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신탁이 성장하고 있는 핵콕 프로스펙팅의 일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또 자녀들이 그녀가 제공한 짧은 일자리 외에 "전문적이거나 직업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하거나 원자재산업이나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며 기금을 관리하기에 "명백하게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상속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은 그들이 일하도록 만들어 놀고 먹는 생활방식과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하트는 자녀들이 번듯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도 했다. 그녀는 2005년에 아들 존 핸콕에게 핸콕 프로스펙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증권 중개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금도 줄 테니 6년간 신탁기금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엄마' 라인하트가 자신의 아들, 딸에게 배정된 재산을 물려줄 수 없다고 버티는 진짜 '속내'가 따로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된 문건을 보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1년 365일을 호사스러운 휴가 보내듯 생활하는 자녀들이 못 미덥고 안타깝고 속상했을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미국의 각종 조사에 따르면 백만장자 가운데 75%는 유산을 상속 받지 않은 자수성가형이다. 따라서 대다수 부자들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는 경험을 하며 물질적으로 절제하는 태도를 익히고 어른이 되면 당연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라났다.

미국 부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새로운 부자들'이란 책에 보면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이러한 중산층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을 극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라인하트의 사례에서 보듯 부자들의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부자 전문 칼럼니스트 로버트 프랭크는 "부자들에게 돈이 많아 생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개 자녀 문제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로또 외에는 기대할 돈이 없어 맨몸으로 부딪혀 먹고 사는 것도 힘들지만 생각해보면 부모가 돈이 있는데 부모 돈 바라보지 않고 사는 것도 쉽지 않을 듯 싶다. 기대할 돈이 없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인생과 땀 흘리지 않고 고민하지 않아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돈이 기다리는 인생, 어떤 것이 더 좋을까.

확실한 것은 직접 돈을 벌어 부를 일궈본 백만장자들은 자녀들이 전자의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인생이 아니고선 평생을 써도 다 못쓸 돈을 갖고도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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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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