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후 보유 전략은 끝났다, 트레이더가 되라

매수 후 보유 전략은 끝났다, 트레이더가 되라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3.23 15:30

[줄리아 투자노트]

최근 세계 5대 헤지펀드 회사인 퍼멀그룹의 아이작 수에데 회장을 만났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 2009년 3월 바닥을 친 이래로 만 3년 이상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랠리가 미국의 1980년대나 1990년대 같은 장기 강세장처럼 5년, 그리고 10년으로 연장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수에데 회장의 대답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시장이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졌고 이 결과 시장 사이클이 크게 짧아졌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보다 좀더 트레이딩 지향적으로, 박스권 지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이 이긴다는 주식 투자의 교과서적 교훈과는 상당히 다른 견해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진리처럼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S&P500 지수가 14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12년 전인 2000년 초에도 S&P500 지수는 1400대였다. S&P500 지수는 12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장기 투자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투자 자문일 뿐이다.

최근 투자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에 '속도를 내면 죽는다. 하지만 현 상태에 안주해도 마찬가지다'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투자자문사 스타몬트 자산관리의 최고경영자(CEO)인 하비 로웬의 투자 신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로웬도 시간이란 투자자의 편이라는 교과서적 투자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은 후 그는 "투자의 세계가 과거보다 더욱 빨라졌다"며 "사람들은 고빈도매매(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 탓이라고 하지만 투자자들 자신도 매우 성급해졌다"며 빠른 투자를 강조하게 됐다.

과거보다 사회나 사람이나 모두 빠르게 변화고 있는데 과거와 똑같은 장기 마인드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로웬은 따라서 전술적인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웬은 과거와 달리 수익률이 좋지 않다 싶은 펀드는 9개월만에라도 신속하게 포트폴리오에서 제외시켜 버린다.

비단 로웬만이 아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의 마술적 주문은 "행동(Action)"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FT) 아이셰어즈로 유명한 자산운용사 블랙락은 최근 "새로운 다각화"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블랙락은 "수익률이 낮아지고 성장세는 불규칙하며 시장은 초밀접하게 연결된 시대에 투자 포트폴리오는 역동적이어야 하며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탄력적이어야 한다"며 "새로운 다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블랙락은 ETF도 다양한 상품들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매매해고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장기 투자를 고수하는 것은 어쩌면 원칙 있는 투자가 아니라 게으른 투자일 수 있다. 문제는 변화에 적극 따른다는 것이 뒷북만 치며 거래 수수료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하거나 트레이딩 지향적으로 접근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장 타이밍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켓워치의 투자 칼럼니스트인 조나단 버튼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시장을 쫓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긴급 구조요원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조요원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과 준비가 되어 있다. 이처럼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비하고 있다가 즉각 행동하는 것이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대학의 재무교수인 미어 스태트먼은 '투자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라는 책에서 뜨는 자산이나 종목을 쫓아가거나 최근에 발생한 끔찍한 사태를 피하려고 매매하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개선시키기 위해 매매하라고 조언했다.

일단 투자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으면 후에 엄청난 자산으로 불어 있었던 꿈같은 시절은 끝났다. 인텔을 오늘날의 반도체 거인으로 만든 주역인 앤디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라는 책에서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편집광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빠르게 변하는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느긋한 장기 투자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사하고 결단하고 조정하는 편집광적 투자가 앞서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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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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