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6>-②[인터뷰]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명문대 출신도 취업하기 힘든 대기업과 은행에 고졸자들이 들어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사회가 간판이나 스펙이 아닌 실력 중심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지난 1년간 고용부가 추진한 '열린 고용'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우리 사회가 '학력'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장관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아직 미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장관을 만나 '열린 고용' 확대 방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정부에서 '열린 고용' 정책을 편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사교육비 증가, 청년실업 심화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고졸 젊은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뽐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에 학력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닫힌 노동시장에서 실력이 중심이 되는 열린 고용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지난 1년 간 '열린 고용사회 구현방안'을 착실히 추진했습니다.
-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물론 입니다.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참여가 더해지면서 열린 고용이 확산됐고, 우리 사회의 고용 패러다임이 '학력' 중심에서 '실력' 중심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습니다. 즉, 학력의 벽을 뛰어 넘는 실력의 사다리가 놓여진 것입니다. 실제 고졸 고용률이 지난해 9월 59.8%에서 올해 5월 61.6%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최근 과반수의 기업이 고졸 채용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열린 고용이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아직 미진하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이 취업을 희망해도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졸 청년들의 일할 기회가 아직 부족하고,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인사나 보수 등에서 불리하다고 우려해 부모들이 일종의 가족 안전망을 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부모의 인식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나요
▶ 학부모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고졸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고졸자 채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부문이 고졸 채용에 앞장서게 했습니다. 민간 기업에겐 핵심 직무역량 평가모델을 보급해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 시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고졸 청년이 경쟁력 있게 일할 수 있는 유망 직종이나 산업을 발굴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성공 모델을 발굴할 방침입니다.
독자들의 PICK!
-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에 우수 고졸 인재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 고졸 우수 인력들이 대기업 공채에 몰리면서 중소·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일할 사람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졸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들 기업이 고졸 청년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도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넓히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고졸 출신 스타 명장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고졸 출신 기능인들에 대한 사회의 인지도가 낮고 대우도 잘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고용부는 이에 우수 숙련 기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졸 출신의 스타 명장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돼 이들이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롤 모델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명장 꿈나무'가 '예비 명장'을 거쳐 '대한민국 명장'으로 커갈 수 있도록 우수 숙련기술인 선정 체계를 개편할 계획입니다. 이분들이 일자리 영웅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예우 받을 수 있도록 할 작정입니다.
- 정권이 바뀌면 '열린 고용' 정책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열린 고용 정착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고교 직업교육 강화', '후학습 확대', '열린 고용 시작'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지금도 열린 고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정책 기본법에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 정책 의지를 제도화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법·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정책 지속성의 밑바탕이 되는 국민 인식 변화도 중요합니다.
- 얼마 전에 독일을 직접 다녀오셨는데 독일의 열린 고용, 잘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독일은 기업과 학교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이원적 직업 교육제도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직업학교를 졸업한 이후 현장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있더군요. 교육 과정 자체를 기업이 주도해 설계하므로 산업수요에 적합한 인재 양성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또 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진로지도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 직업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학력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 열린 고용이 정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 무엇보다 정부와 노사, 학교 그리고 국민 등 각 경제 주체의 인식과 관행 개선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 제도를 잘 알리고, 열린 고용 우수기업과 고졸 성공사례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오는 18~19일에 대중소기업이 참여해 고졸 인재를 뽑는 '열린 고용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관심을 유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고졸시대 정착을 위한 열린 고용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우리 사회가 실력과 성과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