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People/ <모든 몸은 평등하다>의 저자 4인방
장애여성이 어떤 삶을 사는지 사회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저 장애인이라는 틀 안에 갇혀 무성(無性)적인 존재가 되고 마는 게 장애여성이다. 책 <모든 몸은 평등하다>는 장애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드러내고 장애와 마주한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있다.
여성이라면 축복받아야 할 초경이 장애여성에게는 본인은 물론 부모에게도 골칫덩이가 된다. 연애, 결혼, 출산도 비장애인 여성이 갖는 고민보다 훨씬 복잡하다. 건강 상태는 물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여건도 충족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몸은 평등하다>를 쓴 5명의 저자 중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를 비롯해 최해선, 강다연, 박현희씨를 만났다. 뇌성마비로 3살 때부터 목발을 사용하는 김효진씨, 진행성 말초신경염이라는 희귀병으로 골반 아래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최해선씨, 뼈가 약해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강다연씨, 2002년 추락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어 장애1급 판정을 받은 박현희씨까지 30∼50대로 연령층이 다르고 장애유형도 다른 이들이 자신의 삶을 얘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현희씨, 김효진씨, 최해선씨(사진_류승희 기자)
담담하게 장애 받아들이기
"저희는 괜찮은데 보시는 분들이 오히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저희도 묻어만 뒀던 아팠던 부분을 책 속에 끄집어냈습니다. 장애인의 몸은 장애인 스스로도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제 몸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이 가진 '다름'을 통해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김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장애여성이 갖는 숙제를 담담히 풀어냈다.
5명의 저자 중 유일하게 사고로 장애를 입은 박현희씨. 그는 2002년 추락사고로 건강하던 몸에서 갑작스럽게 척수장애를 입고 장애인이 됐다. 박씨는 비장애인이었던 그가 한순간에 '지체장애1급'이라고 판정받던 당시가 "인생의 절정이었다"고 돌려 말했다.
"처음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어요. 어쩌면 치열하게 적응하기 위한 자기방어였던 것 같아요. 책을 쓴 것은 제 생산성을 증명하기 위함이었죠."
자신도 직면하기 두려웠던 자신의 몸을 보게 된 건 장애인 여성의 몸을 표현한 한 사진전 때문이었다. 사진전 출품을 계기로 사고 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자신의 등을 보게 된 것이다. 그의 동생은 숱한 수술로 꿰매고 아문 박씨의 등을 보며 "지네 같다"고 말했지만 박씨는 오히려 "뭐 봐줄만 하네"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몇 달 전 새 직장에 입사했다. 장애여성네트워크에서 일하던 박씨는 디자인을 다시 공부해 인쇄물의 편집 디자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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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은 사장님을 만난 덕분에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출퇴근길이 불편하지 않냐며 (사장님으로부터) 재택근무를 제안 받았죠."
박씨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말했다. 장애여성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취업이 돼도 출퇴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존중받기 충분한 몸
최해선씨가 앓고 있는 병은 원래 병명도 없는 병이었다. 어릴 때 대학병원에서 임시로 정해준 게 자신의 병명이 됐다. 최씨는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적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가진 장애로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고 혼자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게 익숙해졌다.
"10대와 20대에는 제가 과연 뭘 하며 살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서울에 올라와 보니 제가 할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최씨는 모델일을 하기도 하고 시나리오 작가, 번역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강다연씨의 몸은 병 때문에 굽고 휘어졌다. 부서진 뼈를 맞추는 과정에서 어긋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씨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아름답고 섹시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장애인이 아름답지 않아도 존중하고 좋아할 수 있어요. 좋은 것들이 언제나 아름다울 필요는 아니잖아요. 전 제 몸이 아름답지 않아도 자랑하고 싶은 몸이예요."
강씨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씁쓸히 떠올렸다. 그는 학교에 엘리베이터만 있었어도, 화장실에 좌변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학창시절이 조금은 수월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제 친구들이 교육감을 찾아가 학교에 좌변기를 놓아달라고 청원하기도 했죠. 또 보통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운동장 소음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높은 층을 쓰잖아요. 그때 친구들이 선생님께 건의해서 저희 반만 1층을 쓰게 되기도 했어요. 물론 다른 애들은 '왜 우리 교실만 1층에 있느냐'며 불평하기도 했죠."
여성성은 비장애인 여성과 다르지 않지만 장애가 복합된 그들의 몸으로는 연애와 결혼이 쉽지 않다. 최해선씨는 20대에 자신을 좋아한다며 결혼 이야기를 꺼냈던 남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몸 하나도 주체하기 버거웠기 때문에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장애가 문제가 아닐 정도로 눈이 멀면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귀찮다고 생각하면 못하는 거죠. 주변에서는 조건에 맞춰서 하라고도 하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강다연씨는 비장애인과 연애하는 장애여성이 선망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비장애인과 교제하는 장애여성에게 '어떻게 하면 비장애인을 만날 수 있느냐'고 비법을 묻기까지 한다고.
강씨는 "스스로를 비장애인과 다른 신분으로 여기는 장애여성이 많다"며 "비장애인을 만나 우쭐하던 여자도 헤어지고 난 후에는 금세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얘기하는 삶은 비장애인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고민이 담겨 있었다. 김효진씨는 "장애여성들의 아픔과 현실을 담은 목소리가 우리 사회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