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길 따라 돈이 흐른다/ 대기업이 장악한 명품거리
특화 거리마다 브랜드 매장 확보, '영토 표시' 경쟁
올 한해 유통업계가 중소상인과 대기업간 '영역싸움'으로 뜨거웠던 것처럼 서울의 특화된 명품거리 곳곳에서도 대기업들의 점령세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한남동 꼼데가르송길과 명동거리, 가로수길이다.
◆한남동=삼성, 명동=이랜드
한남동은 소위 '삼성타운'으로 불릴 만큼 삼성그룹 소유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삼성가는 한남동 리움미술관 진출입로 일대에서부터 약 1km 남짓 떨어진 아우디 매장까지 '꼼데가르송길'로 불리는 곳의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 중이다.
용산외국인고 옆에선 제일모직의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매장이 올 연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며 인근 아우디 매장 역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와 딸 이서현 부사장이 공동명의로 사들였다. 삼성은 현재 제일기획과 제일모직 등의 계열사를 앞세워 꼼데가르송길의 한쪽 길을 대부분 점령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20개의 부동산 중 절반 이상인 11곳을 사들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도 '삼성로드'의 반대편 길에 현대차의 영토를 표시하고 있다. 현대차 전시장을 비롯 현대카드가 자사 VIP 회원들을 위해 럭셔리한 프라이빗 클럽을 조성중이다.
이외에도 꼼데가르송길엔 SPC그룹의 '패션파이브',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코코브루니' 매장, 파라다이스그룹의 사무실이 위치해 대기업 라인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관광명소인 명동의 경우 이랜드가 상권을 장악한 모양새다. 국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명동에 이랜드는 뉴발란스, 티니위니, 미쏘스파오, OST, 비아니, 바디팝, 더데이언더웨어, 헌트이너웨어, 콕스, 에블린, 로이드 등 17개 브랜드에 20개의 의류·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애슐리와 리미니(2곳), 피자몰 등 4개 외식 매장도 함께 영업하고 있어 '명동쇼핑은 이랜드에서 완성된다'는 평가를 방불케 한다.

사진_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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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신사동 대기업 러시…가로수길은 CJ
서울 강북이 한남동과 명동 일대에서 대기업의 진출이 돋보인다면 강남엔 청담동과 신사동의 명소에 대기업의 러시가 한창이다. 우선 명품거리의 대명사인 청담동에는 이미 몇년 전부터 대기업 오너가의 부동산 점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신세계 회장,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제일모직, 유니엘(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의 아들 장재영씨가 일정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 재벌가가 소유한 토지규모만 1만300㎡(3120평)에 달한다. 특히 패션과 명품의 중심지라는 이점 때문에 삼성과 신세계의 명품브랜드 매장 확보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신사동의 명소로 급부상한 '가로수길' 역시 대기업들의 색깔로 점차 물들고 있다. 가로수길에 들어서면 제일모직의 패션브랜드인 에잇세컨즈와 다국적 패션브랜드인 자라를 시작으로 포에버21, 라코스떼, 스파이시칼라 등 20여개의 국내외 패션매장이 영업중이다.
특히 CJ그룹은 가로수길 초입에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을 사들여 빌딩 전체를 모두 CJ의 외식브랜드로 꾸며 'CJ타운'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밖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첫째 사위는 유명 운동화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사돈 관계인 강원산업 아들 정대호씨도 가로수길 중간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의 주인이다.
가로수길 인근의 모 부동산중개업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대기업 패션매장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면서 "너도나도 입점을 계획하는 사례가 잦아 가로수길은 대기업의 브랜드 전시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