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에 '짚신 아들' 걱정?

'환율 비'에 '짚신 아들' 걱정?

심재현 기자
2013.01.14 09:18

[머니위크]17개월만의 최저 환율…내수주 시대 만개

수출주 타격 우려 속 삼성전자·현대차는 영향 미미할 듯

서울 외환시장이 비상사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지선을 모르고 급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두고 "전쟁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안 타결 여파로 1061.5원까지 밀렸다. 전날 종가보다 2원, 새해 들어 이틀 동안 9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8월3일 기록한 1060.4원 이후 17개월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재정절벽 협상안 타결, 일본 아베 정권의 노골적인 엔저 정책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한국이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다.

◆환율 하락 빨라도 너~무 빨라…1000원 붕괴 전망도

환율 하락이 갑작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지난해 6월부터 하락 기조가 이어져 왔다. 올해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문제는 하락세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정부도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 이후 환율 하락 속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대비하는 분위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절벽 문제가 해소되면서 해외자본유입과 함께 환율 등 특정방향의 쏠림현상이 걱정된다"며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대응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도 환율 하락 전망이 확연하다. 정권 이양기인 만큼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더해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연평균 환율에 대한 증권사별 전망은 1050원 안팎이다. 삼성증권은 상반기에 1030원선까지 하락했다가 연말 1050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1040∼1090원), 대신증권(평균 1062원), 신한금융투자(평균 1070원), 하나대투증권(1040∼1140원), 키움증권(평균 1050원)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민간연구소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각각 연평균 1050원, 현대경제연구소는 1060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연평균 1050원, 연말 1020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최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일각에선 1000원선 붕괴 가능성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내 1000원선이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전세계적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되면 주식이나 채권 자금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며 "이 경우 수급차원에서 환율은 더 떨어져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주 타격, 내수주 만개…정상급 IT주는 '공식'과 다를 수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증시 차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일부 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특히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최근 엔화 약세 기조와 맞물리면서 피해 우려가 한층 더 크다.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 주가가 부진한 데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원/엔 환율 흐름에 따른 업종별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엔화 약세국면에서 가장 수익률이 저조한 업종은 자동차"라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원화강세는 세계경제가 좋았던 과거 상황과는 달리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나 국내 수출업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화 강세는 글로벌 경기회복 과정에서 국내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인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점을 감안할 때 일부 업종이 피해를 보더라도 경기회복세를 타고 실적이 늘면 증시 타격이 우려 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예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새해 들어서도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며 150만원대에 안착, '수출주=환율 하락 피해주'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정상급 IT업체의 경우 이미 일본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이 부각될 때마다 대표 수출주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엇갈린 주가흐름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내 생산비중이 큰 기아차는 원화 환율 하락기에 취약할 수 있지만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수혜주로는 내수주를 꼽을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새 정부 출범 이후 내수부양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위주로의 전환은 민심을 얻기 위한 면도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 불가피한 정책"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경제민주화 등 소득 불균형 해소에 나설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에서도 내수주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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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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