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투자하지 않는 것'의 어려움

[더벨]'투자하지 않는 것'의 어려움

김경은 기자
2013.01.28 10:11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1월24일(08:03)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마이다스의 손'이 되는 조건으로 더러 '감(感)'을 꼽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예리한 분석력을 가진 투자가라해도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포착하려면 감각적 촉이 어느정도 타고나야 된다는 뜻일게다.

반대로 투자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감을 무디게하는 '집단적 감(분위기)'이 지배하는 상황을 한 목소리로 든다. 보편타당한 정언명령은 어기기 쉬운 본성에 대한 강한 경고다. 벤처투자업계에서 수십년 잔뼈가 굵은 투자의 대가도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과잉에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태양광 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폭락, 관련 회사들은 제조 중단에 돌입해 위기를 겪어내고있다. 문제는 밸류체인 곳곳에 들어선 자금조달 여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에게 더 매서웠다. 한계기업이 속출했고 업황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초기에 돈을 댄 벤처캐피탈들도 휘청거렸다. 검증된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벤처캐피탈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이라는 테마에 시야가 흐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아주IB투자,에이티넘인베스트(3,430원 ▼145 -4.06%)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 트랙레코드로 따지면 업계 상위권에 드는 곳들 대부분이 태양광업체에 투자했고, 벤처캐피탈 업계 전체로는 한해 집행되는 규모의 20%가 날라갔다.

반면 너도나도 손을 대는 분위기에서 투자 하지 않는 오기로 회사를 살린 곳도 있다.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A는 태양광에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 업황에 대한 전망에 앞서 개별업체의 리스크가 투자를 접게 만든 요인이었다. 하우스마다 투자 원칙에는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고 결과만 놓고 다음 결과를 예단하는 것의 오류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A사 심사역들의 오기는 뒤늦게 주목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정해진 원칙에 대한 고수다.

최근 벤처투자업계는 여러 벤퍼캐피탈이 함께 참여하는 클럽딜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소규모 모임들도 업무보다는 정보교류나 사적인 친목형성을 위한 자리인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유동성이 풍부해져 클럽딜을 할 유인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하우스마다 투자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상당한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추세는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단순히 집단적 동조일 때, 그 결과에 대한 후회가 더 뼈져렸던 경험 때문이 아니었을까. 업계 관계자는 "한 곳에서 투자심사를 마치고 투자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라면 뒤늦게 투자심사에 들어가는 하우스에서는 의사결정이 훨씬 쉬워지게 된다"며 "이는 결국 관련회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막아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또다시 한 목소리가 들린다. 역사는 반복될까 발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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