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냐"
지난 6일 본지"신혼집 때문에 파혼할 것 같아요"기사에 이런 내용을 포함해 27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실 이 기사는 결혼 전 신혼집을 마련하는 신혼부부가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할지, 아니면 전세를 구해야할지, 월세로 살지에 대한 고민을 실제 현금흐름을 고려해 분석해본 재테크 기사였다.
하지만 이런 기획 취지와 달리 서두에 제시된 사례가 포털 네이버에서 논쟁을 일으켰다. 사례는 속도위반 임신으로 결혼으로 서두르게 된 31세 예비신부가 예비신랑이 모은 1억원에 3000만원을 더해 집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실제 예비신랑신부의 결혼준비 사례를 토대로 구성한 것이었다.
가장 많은 댓글은 '남자가 집을 해온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현한 내용이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남자가 무리를 해서 대출까지 끼고 집을 해오고 여자는 단돈 몇 천 만원을 보태면서 생색을 내느냐는 비난이었다. 과도한 집값 부담에 결혼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누리꾼들이 기사를 보고 분노를 터트린 것이었다.
"남녀평등 외치면서 결혼할 때는 남자에게 집 사오라고 한다. 신혼집 혼수 모두 반반하자. 30년 전과 달리 집값이 혼수의 10배가 넘는다. 남자가 집 해오는 한국만의 잘못된 결혼 관습을 하루 빨리 타파해야 한다. 요즘엔 남자가 집 못 구하면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 됐다. 결혼적령기의 남성이 무슨 수로 3억대 돈을 모으나."
한 발 더 나아가 여자와 여자 측 부모를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특히 대규모 대출을 받아서라도 서울 시내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의도에 비난이 집중됐다.
"남자가 1억 모을 동안 여자는 뭐했냐. 남들 다 아파트 산다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야 되냐. 자기 형편은 잊은 채 주제넘게 3억 넘는 아파트를 사는 게 어이가 없다. 여자도 능력 없으면 결혼하지 마라.
하지만 반박 댓글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는데 갑자기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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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측을 비난하며 맞서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결혼 후 남녀 관계에서 나타나는 관습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혼수의 불균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일침이었다.
"이게 다 남자의 무능력 때문이다. 남자 나이 서른 다섯에 1억 정도 모은 건 자랑할 거 아니다. 맞벌이하는 여자가 호구냐. 결혼 후에 남자가 돈도 벌어오고 육아도 도맡고 친정 제사도 차리면 절반 내도 된다. 애 성도 여자성 따르고. 나중에 친정부모 늙으면 모시고 살면 모르겠다"
제시된 상황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부부합산 월 소득 600만원에 담보대출 156만원이면 정말 큰 거다. 여자가 곧 출산으로 휴직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차라리 원룸에서 한 5년 고생해서 1억 더 모아라"
한편 기사의 기획 의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부동산 이야기인지 요즘 결혼세태를 풍자한 기사인지 헷갈린다"고 댓글을 적었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사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큰 걱정을 잘 보여준다"며 "이제는 가격 상승을 노린 내집 마련보다는 거주지로서의 집에 대한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할 때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집을 남자 쪽에서 마련하는 관습이 여전히 유지돼 신랑 측 부담이 크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결혼 후 공동으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