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축학개론?

치아 건축학개론?

김인수 치의학박사
2013.08.23 10:00

[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삽화=김효정 치위생사(임플란티아 치과 삼성점)
/삽화=김효정 치위생사(임플란티아 치과 삼성점)

길을 오가다가 이제 막 지어 올리기 시작한 건물의 공사현장을 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혹여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다하더라도 건물의 외벽을 만드는 일이 콘크리트나 시멘트만 발라 올려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체에도 몸을 지탱해주는 뼈대가 있듯이 건물에도 뼈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치아와는 도무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건축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번에 이야기 하게 될 'post'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쓰이는 'post'란, 말 그대로 기둥을 뜻하는데 신경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몇몇은 신경치료가 끝난 후 치아에 이 '기둥'을 세워줘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가 심하게 썩어 충치에 이환된 부위를 모두 제거하고 나면 치아의 잔존량이 극히 적어지는 경우나, 치아가 파절되어 남은 부위가 충분치 않을 때 이 post라는 기둥을 치아의 중앙에 세운 후 치아의 모양을 재현해야 한다.

바로 이 기둥이 우리 몸의 뼈, 건물의 철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아의 잔존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둥작업을 생략하고 치아의 모양을 재현하면 그 위에 보철물을 씌운다하더라도 저작력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매우 약하고 파절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post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해주는 것이 좋다.

앞서 건물을 지어 올릴 때 뼈대가 필요한 것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post를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치아의 모양을 재현하고 인상을 떠서 보철물을 끼우는 일련의 작업들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치아의 중심에서 단단히 지탱해주는 기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철근이 없이 시멘트와 콘크리트만으로 세워진 건물이 과연 외부의 힘과 충격에 얼마나 견고하게 버틸 수 있을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솜사탕을 떠올려보자. 나무막대기 주위로 솜사탕을 휘감아 올리는데, 만약 중간에 나무 막대가 없다면? 솜사탕은 제대로 버티고 있지 못하고 약한 바람에도 쉽게 떨어져 버릴 것이다.

post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치아의 잔존량이 적어 치아의 모양을 재현한다하더라도 유지력이 매우 약할 것이라 판단되어지는 경우 세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치료를 했다고 해서 또는 치아가 파절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형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어 있는 치아에 신경치료를 한 경우이거나, 파절된 부위가 작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때에는 post를 세우는 작업 없이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어떤 post를 사용하여 치료해야 할까. post는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치아의 중심에 post를 세우고 그 주변을 레진재료 등으로 쌓아 올려 치아의 본 모양을 재현하는 ready made post와, post 자체에 치아의 머리 부분(치관) 외형이 재현되어 뿌리 부분(치근)과 일체형으로 연결되는 cast post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인 ready made post의 경우, 치아의 외벽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너무 얇아서 씹는 힘에 잘 버티지 못하고 파절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나 치아가 일부만 파절되어 치질이 웬만큼 남아있는 경우에 사용하고, 후자인 cast post는 치아가 완전히 부러져서 거의 뿌리 부분만 남은 경우 치아를 대신해 보철물이 올라갈 부분을 형성해주기 위하여 인상을 떠서 제작한다. 때문에 cast post는 치관 외형을 재현한 머리 부분이 치근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는 형태인 것이고, 인상을 뜨고 세팅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원 횟수가 더 많아진다.

치아에 기둥을 세워야한다고 말하면 지레 겁을 먹고 망설이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post는 어떤 경우엔 발치로 가기 전, 자연치를 살리기 위해 해볼 수 있는 최후의 치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매우 고마운 존재다. 치아에 기둥을 세운다, 혹은 기둥을 박는다는 어감상 무시무시한(?) 그림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생각과 달리 전혀 아프지 않고 위험하거나 어려운 작업이 아니니 더 이상 기둥을 세워야 한다는 진단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중한 내 치아에 중요한 구조물을 빠뜨리는 부실공사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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