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 바다에서 퍼 올린 석유, 자동차 2만대 굴린다

[르포]우리 바다에서 퍼 올린 석유, 자동차 2만대 굴린다

울산= 정진우 기자
2013.09.06 05:44

[PublicTopia] 한국석유공사 '울산비축기지·동해-1가스전'

울산지하비축기지 동굴모습/사진= 한국석유공사
울산지하비축기지 동굴모습/사진= 한국석유공사

폭염 끝자락이던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석유공사 울산 지하 비축기지.

뙤약볕을 피해 어두컴컴한 터널에 들어서자 한기가 느껴졌다. 온도계는 섭씨 1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깥과 무려 10도 이상 차이. 최악의 전력난 때문에 에어컨 없이 올 여름을 보냈던 탓인지 시원하다 못해 춥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연냉방이 이뤄지고 있는 300여m 길이의 터널에 들어가자 확 트인 공간이 나왔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각종 파이프와 기계들이 들어차 있는 이곳은 지하비축기지의 '뇌' 역할을 하는 펌프실.

펌프실 지하 94m 아래엔 거대한 저장시설이 설치돼 있다. 바위를 뚫어 만들어 지진에도 끄떡없는 곳이다. 높이 16m, 너비 22.5m, 길이 2km의 초대형 동굴모양의 저장고엔 65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펌프실엔 지하에 보관된 원유를 단 이틀 만에 200만배럴 퍼올릴 수 있는 세계 최대 유중펌프가 있다. 지하 비축기지는 2005년10월에 착공돼 2124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0년5월 완공됐다.

한국석유공사 동해-1가스전 육상생산기지/사진=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동해-1가스전 육상생산기지/사진= 한국석유공사

지하비축시설은 유조선이 접안하기 쉽고 암질이 우수한 화강암 지역,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 짓는다.

원유가 땅속에 스며들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름은 물보다 가벼워 물과 혼합되지 않는데다 암반내 지하수압이 기름누출을 막는다. 지하저장시설은 자연재해에 안전하고 반영구적인 친환경시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의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높다"며 "지상탱크보다 건설비 30%, 운영비 70%를 절감할 정도로 경제적이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이미 지하비축기지 인근 1500만㎡에 18기의 육상탱크를 운영해 왔다. 울산의 석유비축기지의 총 비축능력은 1930만배럴로, 전체 비축규모(9개 비축기지, 1억4600만배럴)의 13.2%에 해당된다. 공사는 1979년 설립 이후 국가석유비축사업을 추진, 지난해 말 기준 총 1억3200만 배럴(216일 사용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까지 1억4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할 계획이다.

비축기지는 국내 정유사 등의 수급 불안요인 발생시 구원투수로 등장, 에너지 안보의 첨병 역할을 한다. 실제 지난달 8일 석유수급에 문제가 생긴 에쓰오일이 이곳에서 60만배럴의 기름을 빌려 가는 등 수시로 '석유 임대'가 이뤄진다.공사 관계자는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1년 리비아사태때도 석유수급 불안 완화를 위해 IEA 회원국 공동 대응으로 비축유를 방출해 국내 석유수급 안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비축기지 바로 옆엔 '동해-1 가스전(6-1광구)' 육상 생산기지가 있다. 울산 남동쪽 해상 58km에 위치한 '동해-1 가스전'에서 퍼 올린 가스가 직경 36cm의 해저 강관을 통해 이곳으로 운반된다. 육상기지에 도달한 가스는 처리 공정에 따라 수분이 제거된 뒤 천연가스와 소량의 초경질유로 분리된다. 가스는 7km 길이의 육상배관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에 판매되고, 초경질유는 에쓰오일에서 사간다.

'동해-1 가스전'은 하루 평균 천연가스 5000만 입방피트, 초경질유 1000배럴을 생산한다. 천연가스는 34만 가구, 초경질유는 승용차 2만 대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가스전은 총 17억5000만 달러의 수입대체 효과와 3만5000명의 고용창출, 2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동해-1 가스전'의 가스·원유 생산량은 국내 전체 소비량을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시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유공사는 본격적으로 국내 대륙붕 광구에서 석유탐사를 시작한지 20년 만인 1998년 7월에 양질의 천연가스층을 발견, 산유국의 꿈을 실현했다. 세계에서 95번째다. 우리나라는 '동해-1 가스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전 세계 24개국, 213개 광구에서 가스와 원유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대륙붕 개발은 핵심 자원개발 전략이다. 석유수입 세계 5위, 석유소비 세계 8위 등 석유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주적인 석유개발 및 확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국내 대륙붕 탐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심준 공사 가스전관리사무소장은 "운송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석유공급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대륙붕 탐사 사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해-1가스전'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발과 설비에 들어간 돈이 8000억원인데, 올해 7월까지 매출액이 1조6382억원에 달한다. 사업비의 2배 이상을 벌고 있는 셈이다.

'동해-1 가스전' 운영기간은 2016년까지다. 기간이 끝나면 육상기지 등은 다른 용도로 변경될 계획이다. 물론 현재 STX에너지 등 국내 민간 자원개발업체들이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탐사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스전이 추가로 나올 경우 육상기지는 연장 활용이 가능하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동해-1 가스전은 국내 최초 상업적 가스전으로 산유국의 꿈을 실현시켜줬다"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자원개발 강국이 되려면 국내 대륙붕 개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해외석유개발 사업 진출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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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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