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조·물류 한번에…광양항, 동양의 로테르담을 꿈꾼다

[르포]제조·물류 한번에…광양항, 동양의 로테르담을 꿈꾼다

광양(전남)=김민우 기자
2016.06.24 07:17

항만 인접 산단 이점 활용해 물류비 50% 절감한 EEW 기업…자재수입·제품수출 시 무관세 혜택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사진제공=해양수산부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사진제공=해양수산부

“내륙지방에서 아무리 기술이 있고 설비가 돼 있다고 해도 못 만듭니다. 항만배후단지에서 만들어서 배로 바로 운송해야 합니다.”

14일 오후 1시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는 여수광양항 배후항만단지 EEW KHPC 공장. 약 1000평 규모의 실내 작업장에서는 두께가 10T(약 10cm)에 달하는 철판을 말아서 파이프관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구경후육강관’으로 불리는 이 파이프관은 보통 플랜트설비의 하부구조인 ‘재킷’이나 풍력발전소의 기둥으로 쓰인다. 10T짜리 강판을 동그랗게 말아 일정한 강도의 ‘관’으로 만드는 게 EEW KHPC가 가진 기술력이다.

독일계 기업인 EEW KHPC는 최근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에 입주하면서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대구경후육강관은 보통 구경 2m, 길이 4m짜리 짧은 관을 만들어 이어붙이는데 관을 이어붙이는 것보다 어려운 게 항구까지 운송하는 일이다. “항구까지 이송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어요. 비용도 많이 들고…. 약간의 언덕이 있어도 절대 옮길 수가 없죠.” 안내를 맡은 김덕재 EEW KHPC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생산된 대구경후육강관은 트랜스포터를 여러 개 연결해 운반되는데 관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이송하는데 제약이 많아 13.2M짜리가 EEW KHPC가 만드는 최장길이의 관이었다. 그러나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에 입주하면서 이같은 장애요인이 사라졌다. 배후단지에서 관을 만들어 항구까지 운송하는 데까지 거리가 1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덕에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81m 길이의 풍력발전용 대구경후육강관을 인도 국영석유기업인 ONGC에 수출했다. 경남 사천에 약 5700평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EEW KHPC는 2012년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에 2만평 부지를 임대받아 생산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김용완 EEW KHPC 차장은 “항구까지 15km 이상 떨어진 사천공장에서 81m짜리 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같은 길이의 관을 두고 비교하더라도 여수광양항의 경우 물류비가 50% 이상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여수광양항 배후단지 입주하면서 EEW KHPC가 얻은 혜택은 이 뿐만아니다. 대구경후육강관의 주 원료가 되는 철강 등을 인근 포스코산업단지, 여수석유화학단지, 율촌지방산업단지 등에서 들여올 수 있어 원료수급이 용이하고 원료 조달비용이 저렴해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항구와의 높은 접근성으로 주문 발생 시 제조공정 완료 후 바로 선적할 수 있어 재고 보관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자유무역지대에서 제품을 제조해 미국 유럽 등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가로 수출 시 무관세 또는 관세절감혜택도 받는다.

외국인투자기업인 EEW KHPC는 각종 세제혜택도 받고 있다. 정부는 부산항, 여수광양항, 평택항 배후단지 자유무역지대에 1천만 달러 이상 투자하는 제조업체(물류기업은 500만달러 이상)에 법인세를 3년간 100% 면제해주고 추가 2년간 50% 감면해주고 있다. 취등록세와 재산세도 15년간 100% 면제다. 부가세와 관세도 임대기간 중에 100% 면세다. 임대료도 제곱미터(㎡)당 258원 수준에 불과하다.

14일 오후 EEW KHPC 광양공장에서 철판을 말아서 파이프관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사진=김민우 기자
14일 오후 EEW KHPC 광양공장에서 철판을 말아서 파이프관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사진=김민우 기자

성화산업도 여수광양항의 이같은 이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입주한 기업 중 하나다. 성화산업은 프랑스에서 만든 이음매 없는 파이프를 여수 광양항으로 들여와 ‘확관’을 한 뒤 다시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항만배후단지가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돼 있다 보니 프랑스에서 반제품을 수입할 때 무관세로 들여오고 완제품을 다시 해외로 수출할 때도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금호 PNB는 여수광양항 배후단지의 ‘저렴한 임대료’란 장점에 기반해 인근 여수화학산단에 위치함 금호 PNB 1·2공장에서 생산한 패놀, 에폭시 등을 항만배후단지 물류창고로 들여와 드럼포장을 하고 라벨링 작업을 한 뒤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여수광양항에 현재까지 입주한 기업수는 현재 33개사(물류기업 포함)다. 항만배후단지 동쪽 부지는 임대가 끝나 더 이상 입주가 불가능하다. 서쪽은 73만1000㎡ 부지만 남았다. 물류기업은 물론, 제조업, 국제업무 기업들도 다수 들어 왔다. 이중 22개 기업은 외투기업이고 순수 국내기업은 10개 정도다. 여수광양항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금액만 1530만달러(약 115억2300만원)에 달한다.

심인섭 여수광양항만공사 물류기획실 차장은 “항만배후단지는 항만과 터미널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는 특장점을 살릴 수 있다”며 “글로벌 분업화 추세에 따라 단순 물류거점에서 조립·가공·제조가 결합된 복합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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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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