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러시아산 미사일·헬기 등 매입…러, 인도 역대 최대 FDI 결정
오랜 우방이었던 인도와 러시아가 최근 주춤했던 양국의 결속을 다시금 확인했다. 국방과 경제 분야의 대대적인 협력을 통해 외교·정치적 관계를 재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15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도 고아에서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양자간 별개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인도가 러시아 최첨단 방공미사일 'S-400'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합작법인을 통해 다목적 헬리콥터 'Ka-226T'를 인도에서 생산하는 합의안도 내놨다. 러시아는 인도의 프리깃함 4척 건조도 지원할 방침이다.
경제 측면에서는 러시아가 인도 에너지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즈네프트는 다국적 원유거래업체 트라피규라와 함께 인도 2위 정유업체 에사르오일을 인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트라피규라는 러시아계 투자펀드인 유나이티드캐피탈파트너스와 만든 컨소시엄을 통해 지분 매입에 나선다. 총 인수가는 약 130억달러(약 14조7355억원) 수준으로 인도를 향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역대 최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사르측은 이번 인수가 양 정부의 지원 하에 성립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과거 러시아의 소비에트연방 시절부터 굳건한 우의를 다져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정치적 유대 관계가 느슨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상반된 대미(對美) 관계 때문이다.
미국와 인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인도의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미국의 관계가 날로 악화한 가운데 전략적 유대관계의 중요성이 부상한 까닭이다. 지난 8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수스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과 만나 대테러 목적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6월에는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국방 분야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모디 총리는 총리직에 취임한 2014년에만 두 번이나 백악관을 방문을 정도로 미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전 지원에 따르면 미국 및 유럽의 강력한 경제제재에 러시아의 작년 경제는 6년만에 첫 경기침체(recession)을 겪을 정도로 추락했다.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는 시리아 사태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키스탄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도 관계를 무디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차갑게 식자 러시아는 곧바로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지난 9월 파키스탄과 사상 첫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러시아는 이어 전투용 헬리콥터 'Mi-35' 4대 판매 및 2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송유관 시설 건설까지 약속했다. 이런 행보에 파키스탄의 최대 적대국인 인도의 심기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164명 읽는 중
그렇기에 이번 군사·경제 협력 발표는 러시아의 남아시아 정책기조가 바뀌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도 역시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디 총리는 양자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옛친구(러시아) 한 명이 새 친구 두 명보다 낫다"며 친밀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월터 래드윅 국제관계학 교수는 "인도와 러시아과 가까운 관계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현 인도 야당도 러시아가 인도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