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51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 자금 이탈, 고유가 부담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심화된 영향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4.3원 오른 1504.9원에 개장한 뒤 상승폭을 확대하며 장중 1511.8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상단을 높이며 고착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원화 약세는 두드러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중동 긴장이 최고조였던 13일 100.36에서 현재 99.695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원화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점도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주요 발전소부터 공격해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 측도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대응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졌다. 국제 유가 상승 압력까지 겹치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중됐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날 개장 직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16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자금을 회수했다.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증시도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1.05포인트(3.48%) 내린 5580.15로 출발한 뒤 장중 5400선까지 주저앉았다. 하락률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닥 지수 역시 동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자들의 PICK!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국 개입 경계감으로 상승폭은 제한되겠지만 원/달러 환율 1500원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급등, 뉴욕증시 급락, 달러 강세 트리플 악재가 아시아장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수반, 위험통화인 원화 약세 부담을 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옵션시장에서도 환율 상승에 대비한 헤지 수요가 늘고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파생시장에서도 원화 약세 전망이 강화되며 역외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