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촉법소년, 엄벌만이 답인 줄 알았는데"…8시간 격론에 달라진 시선

[현장+]"촉법소년, 엄벌만이 답인 줄 알았는데"…8시간 격론에 달라진 시선

황예림 기자
2026.04.19 16:00
 성평등가족부가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홀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숙의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황예림 기자
성평등가족부가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홀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숙의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황예림 기자

"소년재판에서 보호자교육 처분을 내리는 기준이 있나요?"

"청소년들에게 해외보다 우리나라가 촉법소년을 더 엄하게 대한다는 인식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나요?"

19일 오전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숙의토론회 현장. 첫 주제발표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손이 연달아 올라왔다. 질의응답 40분 동안 무려 17명이 질문을 쏟아냈다. 준비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시민들의 관심은 단순한 '엄벌'에 머물지 않았다. 처벌 이후 교육·교정, 연령 유지 시 부작용 등 논의의 폭은 예상보다 넓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홀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숙의토론회'를 개최했다. 무려 8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날 행사에는 수도권 거주자 119명이 참여했다. 10대 중학생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행사 전 과정을 지켜봤다. 전날에는 충북 청주 OCC오송컨벤션센터에서 비수도권 주민 93명이 참여한 숙의토론회가 열렸다. 시민 숙의 절차는 이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토론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선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출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 집단에서 연령 하향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과 달리,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하향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 숙의 방식이 도입됐다. 참여자들은 긴 시간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진행한 뒤, 9~10명씩 12개 조로 나눠 토론을 이어갔다. 조별 논의 결과를 전체 앞에서 공유하며 다른 의견을 비교·검토하는 과정도 반복됐다.

이날 일정의 상당 부분은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할애됐다. 기초 발제를 맡은 김형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소년법에는 다양한 보호처분이 규정돼 있고 최대 2년간 소년원 송치도 가능하다"며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0~13세에도 상당한 수준의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에는 촉법소년에 대한 경찰 수사 규정이 사실상 없어 폐쇄회로(CC)TV 열람이나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등도 제약이 있다"며 "연령을 낮추면 소환,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절차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의 현지현 소년법 전문 변호사는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은 부실한 양육과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있다"며 "정신건강 지원과 조기 개입 등 보호·교육 중심 정책이 필요하며 처벌 강화는 오히려 재범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 이후 시민들의 질문은 한층 구체적으로 이어졌다. 한 참여자는 "사회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령을 유지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시민은 "소년원 내 교육의 실제 내용과 효과는 어느 정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을 거치며 생각이 흔들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웅겸씨(45·남)는 "평소에도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아 자료 내용이 낯설진 않았지만 토론을 하면서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김하준군(18)은 "보호처분과 청소년의 심리 문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 논의 주요 일정/그래픽=김지영
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 논의 주요 일정/그래픽=김지영

이날 도출된 의견은 성평등부가 주도하는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대화 협의체'의 권고안 마련에 반영될 예정이다.

원 장관은 "시민들의 질문 수준이 매우 높았고 사안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까지 참여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장관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숙의 결과는 협의체 논의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시민 의견과 전문가 견해, 해외 사례를 종합해 최종 권고안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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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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