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간 회식만 24번...폭탄주 강요

지난해 10월 예비 신부였던 20대 여성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관련 고인이 생전 호소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24일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은 지난 11일부터 2주간 소방청과 광주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숨진 A소방교는 소속 부서 회식 참석을 강요받아 2024년 7월부터 15개월간 총 24차례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회식은 호프집과 나이트, 노래방 등을 오가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회식에서 상급자들은 이른바 '후래자 삼배'(늦게 온 사람이 술 석 잔을 마시는 문화)나 '파도타기'를 통해 폭탄주를 한꺼번에 마시는 '원샷'을 강요했다.
A소방교를 서장·과장 등 남성 상사 옆자리에 앉도록 하거나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며 부적절한 호칭 사용을 강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해 의혹 당사자인 직속 부서장은 A소방교에게 서장 퇴임식 행사 준비를 지시하거나 전임 서장 부친상과 장인상에서 상차림·심부름을 시켰다.
상급자들은 A소방교가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도 윗사람에게 선물할 술과 커피를 사 오게 하는 등 사적 노동이나 의무에 없는 일을 요구했다.
결국 A소방교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후 유족은 여러 차례 감찰을 요구했지만 광산소방서와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를 5개월간 방치하며 묵살했다.
광산소방서는 회식 횟수 등 단순한 사실관계만 파악한 뒤 사건을 '특이 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감찰 부서 책임자를 겸하며 사실상 '셀프 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해 11월 소방청 내부 익명 제보 시스템인 '레드휘슬'을 통해 조사 요청을 접수하고도 형식적인 확인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는 또 A소방교 사망 관련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남자친구와 불화가 사망 원인인 것처럼 심리상담 자료를 왜곡하고, A소방교 사망 면직을 알리는 공문서에 이 자료를 첨부해 15개 유관 부서에 발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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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본청 역시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의 민원 제기를 계기로 감찰 계획을 수립했지만 그 계획이 부실했을뿐더러, 국무조정실 점검이 이뤄지기 전까지 관련자에 대한 대면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단은 비위 행위가 확인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본부 6명, 소방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관리 책임 등이 있는 퇴직자 2명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