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43)]콘투어브랜즈-20달러대 청바지 랭글러(Wrangler) 제조업체
월마트 24달러 청바지의 힘→불황마다 점유율 확대
최근 미국 헤지펀드 자금유입으로 주가상승중

불황에는 청바지가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비싼 옷 대신 싸고 튼튼한 청바지 한 벌로 버티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지금 미국 경제는 이 말과 거리가 멀다.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2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연 9% 늘었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불어난 부유층이 지갑을 열면서 2분기 소비지출도 연 3.8% 증가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중동 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높아졌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9.1% 올랐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은 지난달 3년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다. 0.2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3.75~4.00%가 됐다. 장바구니 물가와 기름값, 대출이자가 한꺼번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심리는 바닥이다.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46.3으로 1년 전보다 13.6% 낮다. 장기 평균(83.6)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조앤 수 미시간대 조사책임자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물가 상승을 감당할 여력이 적은 저소득층의 심리가 특히 빠르게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명품 시장도 주춤하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의 3분기 패션·가죽 부문 매출은 5% 줄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작됐다. 장보기부터 옷, 집수리까지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다. 월마트는 2분기 가격 인하 품목을 1분기 7000여개에서 1만1000개로 늘렸다. 고소득층까지 의류 같은 재량소비 품목을 월마트에서 사는 이른바 하향구매(트레이드다운)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중저가 청바지 브랜드 랭글러를 거느린 콘투어 브랜즈가 이런 경기 흐름의 변화를 톡톡히 타고 있는 이유다.
콘투어는 청바지 브랜드 랭글러(Wrangler)를 거느린 미국 의류회사다. 미국 월마트 청바지 매대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이름이 랭글러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비싼 브랜드 청바지 대신 20달러대 랭글러로 눈을 돌린다. 하향구매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이유다. 경기가 꺾일 때 오히려 주목받는 소비재 종목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투자분석업체 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콘투어 브랜즈(KTB) 주가가 하루 새 4.8% 오른 72.94달러(9만7111원, 환율 1331.4원 기준)에 마감했다. 회사 스스로 구조를 바꿔 만들어 내는 다년간의 성장 스토리로 랭글러와 헬리한센이라는 두 브랜드를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안팎(2027년 예상실적 기준)은 지나치게 낮다는 게 원리서치의 분석이다. 이달 1일 장중 62.47달러까지 밀렸던 주가는 16일 73.28달러로 마감해 보름 만에 15% 넘게 반등했다.
회사는 최근 1년 사이 몸집과 체질을 동시에 바꿨다. 2025년 5월말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Helly Hansen)을 13억캐나다달러(9억5750만달러·1조2748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130년 넘는 역사의 청바지 브랜드 리(Lee)를 미국 브랜드관리회사 어센틱브랜즈그룹에 최대 10억달러(1조3314억원)에 팔기로 했다. 매각 대금 가운데 4억달러(5326억원)는 자사주 매입에 쓴다. 청바지 회사에서 데님·아웃도어·작업복 회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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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서 떨어져 나온 청바지 형제→리 매각·헬리한센 인수로 체질 전환
랭글러의 뿌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작업복 회사 블루벨이다. 블루벨은 1943년 다른 의류회사를 인수하며 랭글러라는 상표를 손에 넣었고, 1947년 로데오 의상 재단사 로데오 벤이 디자인한 웨스턴 청바지를 내놨다. 당대 최고의 프로 로데오 선수들이 직접 입어보고 품질을 보증한 대표 품번 13MWZ는 79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팔린다.
1974년에는 미국 프로로데오카우보이협회(PRCA)의 공식 후원을 받은 첫 웨스턴웨어 브랜드가 됐다. 리는 1889년 미국 캔자스주 설라이나에서 헨리 데이비드 리가 세운 회사가 뿌리다. 두 브랜드는 미국 의류 대기업 VF코퍼레이션 품에서 한 지붕 형제가 됐다. VF는 1969년 리를 인수했고, 1986년에는 블루벨과 합병했다.
그러다 노스페이스·반스 같은 아웃도어·액티브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성장이 더딘 청바지 사업을 떼어냈다. 2019년 5월 분사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회사가 콘투어다. 본사는 랭글러가 태어난 그린즈버러에 있다. 출범 이듬해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들이 문을 닫자 콘투어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해 상반기 매출은 8억5370만달러(1조1366억원)로 전년보다 32% 급감했다. 이 때만 해도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청바지 회사의 앞날은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생필품 매장인 월마트가 영업을 이어가면서 랭글러 판매가 버텨줬다. 월마트 매출 비중은 2019년 34%에서 2020년 38%로 높아졌다. 경기가 나쁠수록 저가 매장 채널이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이때 확인됐다.
문제는 리였다. 백화점 채널 비중이 큰 리는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2025년 랭글러 매출이 6% 늘어난 19억1000만달러(2조5430억원)를 기록하는 동안 리 매출은 5% 줄어든 7억5000만달러(9986억원)에 그쳤다. 콘투어는 올해 1분기 리 매각 절차에 착수했고, 5월 어센틱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7억5000만달러에 향후 실적에 따라 최대 2억5000만달러를 더 받는 조건이다. 거래는 올해 4분기 종결될 예정이다.
빈자리는 헬리한센이 채웠다. 헬리한센은 1877년 노르웨이 선장 헬리 율 한센이 아마천에 기름을 먹여 방수복을 만든 데서 출발했다. 바다와 설산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입는 장비로 명성을 쌓았다. 유럽에서는 건설·에너지 현장 작업복 시장의 강자다. 콘투어는 이 회사를 요트·아웃도어 브랜드 무스토, 중국 합작법인 지분 50%와 함께 캐나다 유통기업 캐나디안타이어로부터 사들였다.
월마트 24달러 청바지의 힘→불황마다 점유율 확대

소비자들이 랭글러를 찾는 첫째 이유는 가격이다. 올해 6월 월마트 온라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랭글러 제품 32종의 평균 가격은 23.97달러(약 3만2000원)였다. 싼 제품은 11.98달러, 비싼 제품도 39.99달러다. 리바이스 대표 제품 정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로데오와 목장에서 검증된 튼튼함이라는 브랜드 신뢰가 있다. 싸지만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청바지라는 점이 강점이다.
둘째는 어디서나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랭글러는 월마트·타깃·아마존 같은 대형 유통망은 물론 부트반·캐번더스·트랙터서플라이 같은 농촌·웨스턴·작업복 전문점에도 깔려 있다. 셋째는 공급 안정성이다. 콘투어는 2025년 기준 물량의 77%를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위탁생산으로, 나머지 대부분을 멕시코 자체 공장에서 만든다. 전체 직원 1만600명 가운데 5000명가량이 멕시코·중남미 생산 인력이다.
멕시코 공장 물량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으로 관세가 면제되고, 미국 매장과 가까워 잘 팔리는 사이즈를 빠르게 다시 채울 수 있다. 방글라데시산 제품의 80% 이상에는 미국산 면화를 써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회사는 원가와 속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3분기 멕시코 공장 일부를 정리했다.
넷째는 제품 개선이다. 랭글러는 대표 라인인 카우보이컷에 가볍고 편안한 터프라이트 데님을 적용했다. 여성 직원들이 직접 개발한 여성용 라인 베스포크도 내놨다. 2분기 랭글러 성장을 이끈 것도 여성 제품과 자사 온라인몰, 해외 시장이었다. 미국 자사 직판 매출은 9%, 해외 매출은 10% 늘었다.
이런 경쟁력은 점유율로 나타났다. JP모건에 따르면 랭글러의 미국 데님시장 점유율은 6.3%로, 2019년 이후 매년 평균 0.25%포인트씩 올랐다. 랭글러가 주력하는 실속형 데님시장 규모는 160억달러(21조3024억원)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에도 남녀 하의 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월마트 매대의 직접 경쟁자는 리바이스의 저가 라인 시그니처와 유통사 자체상표(PB) 제품이다.
거래처 집중도는 높다. 2025년 기준 월마트를 포함한 주요 2개 고객이 매출의 42%를 차지했다. 상위 10개 고객 비중은 53%다. 상위 3개 오프라인 유통사와는 30년 넘게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헬리한센은 미국 최대 스키리조트 운영사 베일리조트와 아웃도어 전문점 REI 등을 고객으로 둬 거래처를 넓혀준다.
헬리한센은 스포츠·아웃도어가 매출의 75%, 작업복이 25%다. 고객은 가격보다 성능을 보고 지갑을 연다. 바다 위 해양플랜트와 스키장 구조대가 입는 옷이라는 신뢰가 핵심이다. 작업복 사업은 파트리크 팔켄비 글로벌 작업복 총괄 재임 기간에 2500만달러(333억원)에서 1억7500만달러(2330억원)로 7배 커졌다. 작업복 핵심 품목 매출의 40%가 바지다. 현장 작업자들이 한번 써보고 다시 찾는 소모품이라는 의미다.
헬리한센 미국 공략·자사주 5326억원→3분기 실적이 분수령
실적 흐름을 보면 콘투어는 분사 이후 오랫동안 정체였다. 매출은 2020년 21억달러로 떨어졌다가 2022년 26억3000만달러까지 회복했지만 2023~2024년에는 26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반전의 계기는 헬리한센이었다. 2025년 매출은 31억5000만달러(4조1939억원)로 21%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인수·구조조정 비용 탓에 영업이익은 3억3680만달러(4484억원)로 2% 줄었다. 브랜드별로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랭글러는 매출 19억1460만달러에 부문이익 4억4000만달러(5858억원)를 올려 이익률이 23.0%에 달했다. 반면 리의 이익률은 9.2%에 그쳤다. 콘투어가 리를 팔기로 한 이유다.
올해는 이익의 질이 달라졌다. 리를 중단사업으로 분리한 뒤 2분기 존속사업 매출은 5억8400만달러(7775억원)로 19% 늘었다. 랭글러가 4억6900만달러(6244억원), 헬리한센이 1억1400만달러(1518억원)를 올렸다. 헬리한센 매출은 스포츠 7000만달러, 작업복 3700만달러, 무스토 700만달러로 구성됐다. 매출총이익률은 56.2%로 9.7%포인트 뛰었고, 일회성 요인을 뺀 조정 기준으로도 53.8%로 7.1%포인트 올랐다.
비용절감 프로그램 프로젝트 지니어스, 헬리한센 편입, 유리한 판매채널·제품 구성과 가격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조정 영업이익은 9400만달러로 19%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6%를 기록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6달러로 시장 예상치 1.04달러를 웃돌았다. 계절적 비수기인 헬리한센에서 주당 0.06달러 손실이 났지만 예상보다 손실폭이 작았다.
회사는 연간 전망도 높였다. 존속사업 기준 올해 매출 26억6000만~27억1000만달러(3조5415억~3조6081억원), 조정 EPS 5.25~5.35달러를 제시했다. 직전 전망보다 EPS를 0.1달러 올렸다. 이 전망에는 리 매각 후에도 남는 간접비 부담 주당 0.55달러가 반영돼 있는 반면, 리 매각 대금으로 하는 자사주 매입 효과는 빠져 있다. 회사는 올해 자사주 매입·배당·차입금 상환으로 9억달러(1조1983억원) 이상을 주주와 채권자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분기 배당금은 주당 0.53달러다. 2분기에는 주당 평균 74달러에 5000만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1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0억달러(5조3256억원), 올해 EPS 전망 중간값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약 13.8배, 배당수익률은 약 2.9%다.
미래성장 동력은 헬리한센의 미국 공략이다. 콘투어는 지난 9월 오슬로에서 연 투자자의 날에서 헬리한센 매출을 2025년 6억7500만달러(8987억원)에서 2030년 11억달러(1조4645억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연평균 약 10% 성장이다. 영업이익률은 현재 한 자릿수 후반에서 10%대 중반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헬리한센의 미국 기술 아웃도어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회사는 점유율을 1%포인트만 높여도 4억달러(5326억원) 이상 매출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북미 작업복 시장 진출을 위해 매출의 2%인 작업복 마케팅비를 2030년 7%로 늘리고, 대형 단체 납품을 따내는 전담 입찰조직도 새로 꾸렸다. 내년에는 중국에서 아웃도어 신발도 출시한다.

인력 구성은 VF 출신 운영 전문가가 중심이다. 스콧 백스터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은 VF에서 청바지·작업복·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그룹사장을 지내다 분사와 함께 콘투어를 맡았다. VF 이전에는 미국 최대 건자재 유통사 홈디포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 펩시코·네슬레 등을 거쳤고 현재 로우스 이사도 겸하고 있다.
유통사의 눈으로 매대를 읽는 경영자라는 점이 월마트 중심 사업과 잘 맞는다. 지난 8월 사장으로 승진한 조 알카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VF에서 11년간 재무를 맡았고 보온병 업체 브루메이트를 거쳐 2023년 합류했다. 그는 재무에 이어 글로벌 운영, 헬리한센, 랭글러까지 차례로 맡았다. 재고를 줄이고 마진을 끌어올린 실행력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헬리한센은 뵈레 헤그봄 글로벌 총괄이 이끈다.
이사회에는 쉐이크쉑 CEO 로버트 린치, 선임 사외이사인 VF CFO 출신 로버트 시어러가 참여해 소비재·재무 감각을 보탠다.헬리한센 첫 북미 총괄이 아직 채용 전이라는 점도 미국 공략의 공백이다.
월가의 시각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리 매각 대금과 자사주 매입을 반영할 경우 2027년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8배 수준이어서 경쟁사 대비 할인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보다는 불황기 매출성장 가능성을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월마트 의존도가 30%대로 높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랭글러의 불황 방어력, 헬리한센의 고마진 성장, 리 매각 대금을 활용한 주주환원이라는 세 가지 재료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콘투어 브랜즈 주요 연혁
1889년 헨리 데이비드 리, 미국 캔자스주 설라이나에서 리 창업
1943년 블루벨, 랭글러 상표 확보
1947년 로데오 벤 디자인 웨스턴 청바지 출시, 13MWZ 등장
1969년 VF코퍼레이션, 리 인수
1974년 미국 프로로데오카우보이협회(PRCA) 공식 후원 첫 웨스턴웨어 브랜드
1986년 블루벨(랭글러), VF코퍼레이션과 합병
2019년 5월 VF서 분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KTB)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신용한도 4억7500만달러 긴급 인출
2025년 5월 헬리한센·무스토 인수(9억5750만달러)
2026년 5월 리 매각 계약(최대 10억달러), 7억5000만달러 자사주 매입 승인
2026년 8월 2분기 실적 발표·연간 전망 상향, 조 알카이어 사장 승진
2026년 9월 헬리한센 투자자의날, 2030년 매출 11억달러 목표 제시
2026년 4분기 리 매각 종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