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026]

"자동차 앞에 트렁크가 있다고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 전시장.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전기 세단 '디 올 뉴 일렉트릭 CLA 250+ electric AMG Line'의 앞 보닛이 활짝 열리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호기심 어린 질문이 나왔다. 위로 치켜 올라간 보닛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복잡한 엔진이나 기계장치가 아닌 깊숙한 검은색 수납공간이었다. 이는 내연기관차라면 엔진이 자리할 공간에 짐을 넣을 수 있는 '프렁크(프론트 트렁크)'다.
깊게 파인 수납공간은 작은 가방이나 신발 등을 넣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관람객들은 평소 엔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공간을 들여다보며 전기차가 바꿔놓은 자동차의 구조를 살펴봤다. 벤츠 관계자는 "운동을 마친 뒤 땀에 젖은 옷이나 신발을 따로 보관할 수 있고,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음식물을 실을 수도 있다"며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차지하던 공간이 일상생활에 유용한 수납공간으로 바뀐 셈"이라고 말했다.
신형 CLA의 변화는 보닛 안쪽에만 머물지 않는다.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차량에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이 벤츠 처음으로 적용됐다. 기존 400V 시스템보다 충전 성능을 높여 짧은 시간에도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5분 충전으로 최대 400㎞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어서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충전기를 연결하는 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벤츠는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충전기를 차량에 연결하면 별도의 회원 인증이나 결제 절차 없이 충전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충전카드를 꺼내거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벤츠의 상징적인 오프로더 'G클래스(지바겐)'의 전기차 모델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에 올라타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선명한 파란색 무광 차체에 높고 반듯한 차체, 둥근 헤드램프가 어우러져 지바겐 특유의 웅장한 풍채를 뽐냈다. 겉모습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다르지 않지만 차량을 움직이는 동력은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다. 활짝 열린 운전석 문 앞에는 직접 차량에 올라타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는 행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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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차례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아보고 대시보드에 자리한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며 각종 기능을 살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운전뿐 아니라 뒷좌석에도 앉아 실내 공간을 확인하거나 차량 안팎을 오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로를 달리는 시승은 아니지만 운전석에 앉아 첨단 편의사양을 체험하는 풍경은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특히 이 차량은 기존 지바겐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네 바퀴에 각각 하나씩 총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일반적인 전기차가 하나 또는 두 개의 모터로 바퀴를 구동하는 것과 달리 바퀴마다 독립적으로 구동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기술이 제자리에서 차체를 회전시키는 'G-턴(G-TURN)'이다. 좌우 바퀴의 회전 방향을 달리해 차량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험난한 지형에서 방향을 바꿀 때 활용할 수 있다. 지바겐 자체가 오프로드 주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인 만큼 전기차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유지한 것이다.
지바겐의 여전한 희소성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벤츠 관계자는 "지바겐은 스위스에서 생산돼 일반 양산차보다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물량도 제한적"이라며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됐지만 현재 구매하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포르쉐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벤츠 지바겐과 달리 차량 내부에 직접 올라탈 수는 없었지만 낮고 날렵한 차체와 스포츠카 특유의 디자인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전동화 대열에 합류하면서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는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의 다양한 친환경차가 자리했다. BMW는 전기 SUV '더 뉴 BMW iX3' 2대를, 아우디는 전기 세단 'A6 e-트론'을 선보였다. 폴스타의 '폴스타 4 쿠페'와 렉서스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 '올 뉴 ES 350e', 뷰익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엘렉트라 E7'도 전시됐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5', 친환경차 '니로' 등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고급 전기 SUV부터 스포츠 세단, 수소전기차와 물류·승객 수송용 차량까지 미래 이동수단의 다양한 모습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