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돈만 밝히는' 나라일까

중국은 '돈만 밝히는' 나라일까

박창욱 기자
2013.06.29 09:11

[BOOK]상인이야기..부와 도리 사이에서 균형을 꾀했던 중국상인의 역사

"부귀를 얻고도 도를 모른다면 화를 부를 터이니, 차라리 빈천한 것이 나을 것이다."(貴富而不知道, 適足以爲患, 不如貧賤)

중국의 고전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이다. 26권, 160편, 20만자에 달하는 이 책은 유가·도가·묵가·법가·병가·농가 등 당시 모든 사상과 문화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을 편찬한 이가 바로 전국시대 중국 진나라의 거상 여불위다. 그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던 왕자이자 진시황의 아버지인 이인에게 투자해 결국 최고 권력자인 재상까지 됐다. 이후 인재 3000명을 등용하며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하는 데 필요한 초석을 마련했다.

여불위가 중국에 미친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중국 문화에 '부'(富)와 '도'(道) 사이에 접목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중국 사회에서 말하는 도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도리' 정도로 보면 무방하다.

즉, 상도의와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여불위 이후 중국 상인들은 왕조와 시대가 계속 바뀌면서도 끊임없이 현실적 욕망과 도리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해왔다.

현재 미국과 더불어 2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중국은 사실 우리에게는 '돈을 매우 좋아하는', 나아가 배금주의 문화가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은 신화시대부터 상업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상인의 역사가 오래 됐고, 이에 따른 유구한 상인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다.

책 '상인 이야기'는 중국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 중국 상인들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이들의 정신과 행동양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관포지교'의 고사로 잘 알려진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부터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범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을 비롯해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이어 19세기말 청나라의 매판에 이르기까지 중국 상인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대다수는 농민이었고 상인은 상대적으로 천시를 받았다. 현대사회는 이와 달리 '경제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만큼 상업과 상인, 요즘말로 표현하면 기업인 중심의 사회가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을 누빈 상인들 덕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상인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전통적인 상인 정신이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나친 물질만능주의와 '갑의 횡포' 및 온갖 재벌 비리가 만연해 있어서다.

책은 아직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인정신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해답을 중국 상인의 역사에서 찾는다. 중국 상인들 역시 사회적 차별을 받았지만,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려고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부를 키우기 위해, 또는 부를 지키기 위해 중국 상인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을 다했고 자연스럽게 '덕의 실천'이라는 유가의 논리를 몸으로 실천했다. 근면·성실·신뢰라는 상인의 덕목을 사회주류의 철학적 개념에 접목시켜 시장에서 실천하는 것, 즉 명분과 실리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했던 것이 중국 상인의 성장사라는 설명이다.

책은 바로 이런 역사와 정신이 산업혁명 이후 서구에 200여 년간 뒤쳐졌던 데서 벗어나 중국이 최근 다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정신적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역동성이 강한 하드웨어를 채울 기업가 정신과 경영 콘텐츠에 대한 전통문화 관점에서 연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책은 이와 함께 '세계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진출에 있어서도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섣부르게 '관씨(關係)'로 접근해선 안 되며, 여유를 가지고 중국문화를 착실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같은 유교문화권에다 지정학적 위치나 문화적 전통으로 볼 때 우리보다 더 나은 상인들은 없으므로 문화적·역사적 기본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인이야기(이화승 지음. 행성:B잎새. 384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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