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에서 2046까지…영화로 본 홍콩반환 20년

무간도에서 2046까지…영화로 본 홍콩반환 20년

이종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2017.07.21 08:12

[기고]이종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홍콩의 여전히 불안한 미래, 영화에 투영'

이종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중문학박사)
이종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중문학박사)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홍콩은 얼핏 겉으로는 별다른 변화나 마찰 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가령 몇 년 전 벌어졌던 우산혁명을 보면 안으로의 내홍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1일 홍콩에서는 반환 20주년 기념행사가 크게 열렸다. 시진핑은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고, 친중 성향의 홍콩 행정부는 2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수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홍콩의 반중정서는 거세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은 사이좋게 공생할 수 없는 것일까.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제시하며 향후 50년간 홍콩에 대해 불간섭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현재, 홍콩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고, 경제적인 통합은 그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주년 기념행사가 있던 7월 1일, 홍콩의 대표적 여류감독인 허안화(쉬안화)의 신작 '명월기시유(明月幾時有)'가 홍콩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1941년 일본의 홍콩 점령시기에 벌어진, 즉 홍콩을 지키기 위한 청춘들의 목숨 건 항쟁을 담아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영화는 대중적인 오락임과 동시에 한 사회를 투영해내는 좋은 텍스트다. 산업적으로 홍콩 영화는 한때 할리우드 다음 가는 제작 편수와 인기를 자랑하던 때가 있었지만 정치적 변화 등으로 쇠락해 왔다. 반환 전 만들어진 많은 홍콩 영화들은 크던 작던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과 고민을 반영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반환 후의 홍콩 영화들은 어떻게 홍콩과 홍콩인들을 표현하고 있을까.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 왕가위(왕지아웨이)의 '중경삼림', '화양연화', '2046' 등 여러 영화들 또한 홍콩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왕가위는 자주 60년대 홍콩을 주된 배경으로 두고 현재를 비춘다. 60년대라는 시대 배경은 대륙에서 문화대혁명이라는 시대의 광풍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홍콩인들의 불안과 혼돈이 투영되는 시간이었다. ‘2046’이라는 숫자 역시 상징적인데, 중국 정부가 불간섭을 약속한 50년이 흐른 시점이 바로 2046년이다. 왕가위 영화의 관심은 늘 그렇게 홍콩의 특수성과 정체성, 변화, 미래 등을 향해 있다.

느와르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화제를 모았던 '무간도' 시리즈 역시 반환 후의 홍콩인들의 심리를 은유한 영화로 많이 거론된다. 즉 신분을 숨기고 각각 삼합회의 조직원과 경찰로 위장 침투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홍콩의 모습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류웨이창)과 맥조휘(마이탸오훼이)의 또 다른 합작품 '상성(傷城)' 역시도 ‘상처받은 도시’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반환 후 홍콩을 우울하게 스케치 한다.

마지막으로 홍콩 액션영화의 마에스트로 두기봉(두치펑)의 '흑사회' 시리즈에서는 홍콩 삼합회의 새로운 보스를 뽑는 과정을 통해, 반환 후 홍콩의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즉 중국의 영향 아래 홍콩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질되고 변화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역시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다.

반환 20년을 맞이한 홍콩은 침묵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고, 많은 홍콩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즉 일국양제라는 유례없는 실험은 커다란 전환을 맞고 있으며 그 핵심 가치는 흔들리고 있다. 홍콩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세계의 이목이 다시 홍콩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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