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백수들의 기상천외 놀이문화 '신풍속도'

우울한 백수들의 기상천외 놀이문화 '신풍속도'

신희은 기자
2009.07.22 11:26
↑위 사진은 20일 다음 아고라에 '난감한 폐인의 방'이라는 테마로 소개된 '이것이 진정한 백수들의 방' 사진이다. 아래는 '백수놀이'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소개된 사진들.
↑위 사진은 20일 다음 아고라에 '난감한 폐인의 방'이라는 테마로 소개된 '이것이 진정한 백수들의 방' 사진이다. 아래는 '백수놀이'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소개된 사진들.

장기불황으로 좁아진 취업문 탓에 ‘백수’로 전락한 청춘은 우울하다. 그러나 1980년대생 신세대 백수들은 이러한 우울을 유쾌한 놀이로 풀어내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등 사이버 공간에서는 청년실업 스트레스를 '놀이'로 승화시켜 '실존'를 재확인하는 20대들이 즐겁다.

최근 다음 아고라에는 ‘난감한 폐인의 방’ 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백수들의 방’ 사진이 3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방은 쓰레기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옷으로 발 디딜 틈 없고, 담뱃갑과 술병이 방에 가득. 이를 개의치 않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두 청년의 모습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다.

아이디 '하늘73'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도 무언가 발견하고 개척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예전에 막막함에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 잘 풀렸으니 힘내라"며 응원을 보낸 네티즌도 있다.

어떻게 치울지 엄두가 안나는 쓰레기장 같은 자취방을 통해 자신의 자화상을 비춰보는 것이다. 난장판이 된 방을 마치 퍼포먼스라도 벌인양 과시하는 모양새가 해학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백수놀이’, ‘폐인놀이’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20대 마이너리티 문화는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방에서 할 수 있는 기발한 놀이를 찍은 사진들은 블로그를 타고 끊임없이 화제가 된다.

물고기 모양의 과자를 종류별로 줄 세우는 '고래밥 분류', 백 원짜리 동전 쌓기, 종이컵으로 피라미드 탑 쌓기 등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한다는 ‘백수놀이’도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이다. 제과류 죠리퐁이나 새우깡 개수세기는 이미 고전이 됐다.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아예 ‘폐인리그’를 마련해 이들이 직접 기사를 올리고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느덧 20대 ‘백수’는 사이버 문화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신과 전문의 김범조 원장(삼성밝은마음정신과)은 이 같은 '백수' 네티즌의 심리에 대해 “온라인에서 자기비하를 웃음의 소재로 삼아 타인의 관심을 끌고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장기실업이 본격화되면서 사회공포증이나 대인 기피증세로 병원을 찾는 젊은이가 늘었다”며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자신의 처지를 당당히 즐기고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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