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여전히 미온적…의장국 책임론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8일(현지시각)로 일정상 마지막 날을 맞았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당사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정상합의문은 내년 온실가스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정치적인 선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012년 교토 의정서 1차 공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당초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책임 떠넘기는 온실가스 대국=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에게 협상 타결을 위한 열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협상장인 벨라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 폭넓은 온실가스 감축 합의가 도출된다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연간 최대 1000억달러를 지원하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것.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 탄소 감축 성과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지원의 조건으로 달았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대해 외부 검증을 받기로 약속해야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투명성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이는 협상을 깨자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국이 이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동안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량 검증이 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겠다는 태도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탄소 배출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보다 성의를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클린턴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수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같은 미국과 중국의 태도와 관련해 엥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의욕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한편 중국과 같은 개도국들에게는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개도국도 엇갈린 이해관계= 이번 협상에 임하는 입장이 다른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개도국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창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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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개도국은 선진국들이 강도 높은 의무 감축을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알제리와 잠비아,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금융 지원에 관심이 많다. 또 마이크로네시아, 투발루 등 군소 도서 국가들은 기후 변화가 국가의 존립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할 것을 원하고 있다.
이번 회의가 당사국들이 모든 의견을 제시하게 한 뒤 합의를 유도하는 ‘바텀-업’ 방식이어서 이처럼 이해관계가 갈릴 경우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의장국 덴마크 책임론도= 의장국 덴마크 책임론도 불거졌다. 덴마크는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협상문 초안인 이른바 '덴마크 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개도국의 공분을 샀다. 덴마크 총리실이 작성한 이 문건은 개도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에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덴마크가 지나치게 많은 정상들을 초청해 오히려 협상을 방해했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17일 하루에만 각국 정상 57명이 연쇄적으로 총회장에서 기조 연설을 했다.
발언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작 막바지 협상에 임해야 할 실무자들이 해당 국가 정상 수행을 위해 빠져나가 이날 하루 동안 협상은 거의 진전되지 못했다.
회의 진행 미숙으로 회의 절차 등과 관련된 이의 제기가 잇따라 정작 온실가스 감축 방법과 수준 등에 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의가 공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6일에는 오후 10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총회가 지연되다 결국 이튿날 새벽 4시에 시작되기도 했다. 덴마크 측에서 새로운 협상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극소수 국가들만 참여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들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당사국 총회 이후 각국은 향후 온실가스 감축 합의문 도출을 위한 추가적인 협상 시한과 작업 방향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