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수출협의회를 주목한다

농식품 수출, 수출협의회를 주목한다

곽범국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2011.07.06 08:17

제한된 공유지에서 공짜로 양을 기르게 한다면, 너도 나도 공유지를 이용할 것이고, 결국 풀이 없어진 초지에는 양을 기를 수 없어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들의 이익 추구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파괴되어 공멸을 자초하게 된다는 미국 하딘(G.J.Hadin) 교수의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란 개념이다.

우리 농식품 수출이 호조세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한 이후, 올해에도 5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34.3% 늘어난 28.2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농식품 수출 목표액 76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상기후, 고환율, 고유가 등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기업과 농가 그리고 정부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 농식품의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에만 안주하지 말고 문제를 돌아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과거 국내 수출 기업 간 과당경쟁으로 어렵게 확보한 수출시장을 경쟁국에 넘겨준 경험을 갖고 있다. 수출시장을 다시 회복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제살 깍아먹기식의 출혈경쟁은 동종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격 위주의 과당경쟁은 품질하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식품산업 경쟁력은 물론 대외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수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품목별로 수출협의회를 결성해 공동마케팅 사업을 개발·추진하고 업계의 공동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은 건실한 수출시장을 지켜내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17개 품목의 수출협의회 중에서 '유자차협의회'는 2010년 4월 유자차 반제품(유자절임)이 유자차 완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고부가가치창출에 따른 수익발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유자차 반제품(유자절임)에 대한 수출을 자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품질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출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품질인증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유자차 업계의 이러한 노력에 따라 유자차 수출은 2011년 5월 말 누계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물량 27.9%, 금액 48.1% 증가하여 수출단가 개선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 밖에 '파프리카협의회' 및 '단감협의회'등은 수출 가격 및 물량을 자율 조정하는 등 과당경쟁 방지 여건 조성에 노력 중이다. 지난 2008년 3월 이후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협력하여 활동을 시작한 수출협의회가 명실상부한 마케팅보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서도 수출협의회의 공동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업계의 자율적인 시장질서 노력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경쟁은 공정한 질서를 지키면서 상대와 경쟁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 우리 수출업체 스스로 현재 경쟁하고 있는 상대가 진정한 의미의 경쟁 상대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제는 시야를 국내 경쟁관계 보다는 해외로 돌려 세계 일류 상품과 경쟁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위치한 좁은 '공유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개척한 광활한 '공유지'에서 더 많은 '양'을 길러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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