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퇴직연금 활용하면 노사 모두 이익

[기고]퇴직연금 활용하면 노사 모두 이익

윤길자 근로복지공단 복지사업국장
2011.11.17 08:21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김 사장. 직원 3명을 두고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원자재 값이나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물건 팔아서 남는 이윤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유행이 철마다 바뀌면서 시장조사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했다간 한철 장사를 망치기에 십상이다.

적은 인원이지만 직원관리도 쉽지 않다. 어렵게 젊은 직원 뽑아서 잘 가르치면 대우가 나은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퇴직금을 주어야 한다. 장사가 잘되면 기분 좋게 챙겨 놓고 싶지만 회사 사정이 넉넉지 않아 고민이 많다.

직장 5년 차 박양. 직장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다닌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모두 4명이지만 모두 마음이 맞아 식구처럼 지내고 있다. 적은 월급에도 알뜰하게 아껴 쓰면서 부모님 용돈도 챙겨 드리는 것이 자랑스럽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퇴직금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중에는 제법 큰 목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작은 사업장을 주변에서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퇴직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4인 이하 사업장은 오랫동안 퇴직금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소규모 사업장에 퇴직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다. 퇴직급여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작년 12월부터 4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늦게나마 소규모사업장 근로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12월이면 처음 퇴직금을 받는 근로자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사업주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퇴직금제도의 적용이 늦어진 것은 지급 여력이 낮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시행되었어야 할 제도지만 특별히 사정이 나아진 것이 없음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내는 것이 사업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사업규모가 작아 회사 사정이 불안정하다면 퇴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노사 모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퇴직연금이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전환하면 사업주는 매월 적은 금액을 적립하면서 한꺼번에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적립액이 쌓일수록 회사에 대한 애정이 높아져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납입액 전액은 손비로 인정되어 세금이 절감된다.

근로자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퇴직금 체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적립금의 운용을 통해 일시금보다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세제혜택도 있고, 10년 이상 가입하면 연금으로 받을 수 있어 노후준비에 도움이 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퇴직연금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더욱 안전하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것은 성큼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다달이 적립하면 사용자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근로자에게는 푼돈이 되거나 못 받게 되는 일도 없다. 잘 쌓아두면 퇴직 후에 든든한 재원이 된다.

좋은 취지로 확대된 퇴직금 제도를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막연하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김 사장'이나 '박 양'도 모두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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