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BTS 공연이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준비 과정에서 논란과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공연 이후를 둘러싼 논의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26만 명이 왔다"거나 "4만 명에 그쳤다"는 식의 숫자 논쟁과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행사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의 매력을 지나치게 좁은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묻게 된다.
한류는 흔히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소비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나치게 경제적 성과의 관점에서만 해석해온 것은 아닐까. 조회수와 수출액, 관광객수 같은 가시적 지표에 집중하는 사이, 왜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는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다. 한류는 한국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흐름이라기보다,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함께 만들어지는 현상에 가깝다. 즉, 한류는 한국이 만들어 세계가 소비하는 구조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 사회가 지닌 '복잡한 매력'이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한강의 소설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폭력, 인간의 취약성을 드러내면서도 세계적 공감을 얻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경쟁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과 긴장을 보편적 서사로 전환해내는 역량의 결과다. '복잡한 매력'이란 모순과 긴장, 비판과 공감이 동시에 작동하며 하나의 사회적 서사로 결합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BTS의 성공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들의 음악은 위로와 희망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청춘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안의 고통과 상실을 담았고, 슈가(Agust D)의 솔로 작업은 정신건강, 자기혐오, 성공과 명성을 둘러싼 압박을 정면으로 다뤘다. 더 나아가 병역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K팝 산업 구조의 모순 속에서 창작의 자유를 추구해온 과정이 한국 사회의 긴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세계의 팬들은 이 복잡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순과 솔직함에 공감했다.
과거 유럽에서 중국풍 시누아즈리나 일본풍 자포니즘이 유행했던 것처럼, 특정 문화가 세계적 흐름을 형성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K-열풍은 단순한 이국적 취향을 넘어, 동시대의 문제의식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경험과 감정이 세계와 공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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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이 겹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세계는 지금 한국을 주목한다. 우리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모순과 긴장이, 어쩌면 세계가 한국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시하는 사회, 그 복잡성을 서사로 전환하는 역량, 그것이 한국이 가진 가장 단단한 매력이자 세계와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