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물가지수 장수비결은

[기고] 소비자물가지수 장수비결은

전명식 고려대 교수(통계학)
2011.11.23 08:27

소비자물가지수는 1936년부터 작성된 이래 75년 동안 '경제의 체온계'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77세인 희수(喜壽)에 해당하는 나이다.

세계적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의 평균수명은 계속 줄어들어 15년 정도며,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1960년 이래 3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은 16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분석결과 기업 소멸의 주요 원인은 능동적인 변화와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물가지수의 장수비결은 뭘까? 필자는 1945년 1차 개편을 시작으로 올해로 14번째 맞는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을 통해 경제·사회의 변화상과 확립된 국제기준을 반영하고 선진 통계기법을 적용해 나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지수개편은 1~2인가구 증가, 웰빙 추구, 노령화, 새로운 제품 출현, 유통구조 변화, 인터넷 거래 활성화 등의 변화를 반영하고 유엔 및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합의된 기준을 성실히 이행해 물가통계의 국제비교 가능성을 제고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주요 개편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소비자가 많이 구매(월평균 소비지출액 212원 이상)하는 막걸리, 밑반찬, 삼각김밥, 스마트폰 사용료 등 40여개 품목이 추가되고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유선전화기, 캠코더 등 20여개 품목이 제외되었다.

특히 금반지는 구입 이후 현 시세대로 다시 팔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유엔의 국민소득 편제 및 목적별 소비지출 분류에 따르면 이러한 성격의 품목은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어 소비지출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물가통계 기준과 맞지 않아 물가조사 대상 품목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둘째, 물가수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물가지수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현재 근원물가지수로 발표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지수' 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를 추가로 작성해서 함께 제공한다. OECD 방식은 현행 방식보다 국제비교 가능성이 제고되며 변동성이 낮아지고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로 수렴되는 측면도 강해진다.

셋째, 국제노동기구(ILO)는 2개 이상 조사규격을 가진 품목을 지수화할 때 규격 간의 대체효과를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산술평균 방식은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기하평균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시장에서 많이 거래되는 상품으로 조사규격을 현실화했고 수입산, 인터넷 거래가격 등 변화된 소비패턴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정보기술의 발달로 자료수집, 분석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신물가지수의 발표시기를 기존 기준연도 익년 12월에서 11월로 1개월 앞당겼다. 새로운 물가지수를 이용자들에게 신속히 제공해 물가상황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참가자의 의사결정, 정부 정책 수립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는 물가지수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물가지수 개편내용 중 가중치 조정주기를 현행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을 통해 물가통계의 현실반영도가 높아져 지표물가와 체감물가간 괴리 축소로 앞으로 100년, 200년 이어질 수 있는 통계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