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헤지펀드는 투자은행 성공의 열쇠다

[기고]헤지펀드는 투자은행 성공의 열쇠다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2012.01.04 06:05

작년 12월 23일에 12개의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했다. 2012년에는 나라 안에서만 해도 중요한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지만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에서는 아무래도 헤지펀드와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으나 선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헤지펀드의 비중과 영향력은 이제 거의 절대적이다. 헤지펀드가 시장 유동성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추정자료에 의하면 헤지펀드가 뉴욕과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35~50%에 이른다. 유수한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한다. 예컨대 미국 예일대학 기금의 25%가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도 계속 나온다.

반면, 헤지펀드는 공매도 전략과 성공한 일부 매니저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세간의 미움과 질시를 받기도 한다. 리먼 브라더즈의 마지막 CEO 풀드는 공매도 하는 자들의 심장을 꺼내서 먹어 치우고 싶다고 저주를 퍼부은 일이 있고(풀드는 현재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소더비에서 잭슨 폴록의 작품을 1억4000만달러에 사들인 것도 헤지펀드 매니저다.

헤지펀드는 대량의 신속한 증권거래를 단기간에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탁월한 중개와 결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투자은행은 헤지펀드와 공생관계에 있다. 프라임 브로커로서다.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나 차입을 하기위해 담보물로 주식을 대차해야 하는데 프라임 브로커가 이를 지원해 준다. 우리나라 주식 대차거래의 80%는 해외에서 이루어지므로 해외에서 거래하는 것이 비용이 낮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크가경쟁력을 좌우한다. 금융투자업의 수준을 높여주는 계기가 여기서도 발생한다.

원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헤지펀드를 탄생시켰고 헤지펀드가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 수요가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발전시켰다. 그를 통해 투자은행의 수입이 증가했고 대형화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는 거의 장치산업이라 할 만큼 IT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와 거액의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수탁과 결제업무, 펀드관리 업무가 그렇다. 재위탁 방식을 취할 수도 있으나 체면이 서지 않고 결국 헤지펀드의 원장까지 가져오고 싶어 하는 것이 투자은행이다. 투자는 피할 수 없다.

서구 투자은행들은 상업은행의 든든한 우산 아래 들어가거나 IPO를 통해 재무제표의 규모를 키웠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투자회사 대형화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개발을 위해 헤지펀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답을 찾았다. 순서가 바뀌긴 했으나 목표가 달성되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규제다. 헤지펀드의 출발이 예상보다 조심스러웠던 것은 거시경제 환경의 부담이 만들어 낸 규제 때문이다. 운용사들도 못마땅해 하면서 보수적인 수익률 목표를 낸다. 학술적으로 검증되어야 하겠으나 헤지펀드는 시스템 리스크를 발생시킨다고 여겨진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CDS의 약 60%가 헤지펀드에 의해 보유되었다는 자료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위험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생겨났다.

2000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머튼과 숄즈가 주도했던 롱텀캐피탈이 파산한 사건의 악몽도 여기 한 몫을 했다. 롱텀캐피탈의 부채비율은 31배까지 올라갔었다. 그러나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헤지펀드의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2010년에 2.2배, 2011년에 1.4배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4배는 꽤 넉넉하게 잡은 셈이 되어 버렸다.

미국 금융규제개혁법에 의하면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향후 상당한 수준의 등록과 공시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엄격한 규제의 틀 안에서 헤지펀드를 출범시켰기 때문에 시장의 발전을 보아가면서 점차 규제를 완화할일만 남았다.

헤지펀드의 원래 모습을 갖추어 주지 않으면 애써 헤지펀드를 도입한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 헤지펀드가잘 안되면 프라임 브로커리지도 없고 금융투자회사 대형화와 국제화도 어렵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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