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거쳐 들어온 배인데 컨테이너가 절반만 찼어요. 그것도 이전 기항지에서 실은 동남아 물량이 있어서 이 정도입니다.”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인천 신항에 있는 A 컨테이너 터미널에서는 116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소형 컨테이너선에 수출 화물을 싣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 2기가 컨테이너를 내려놓으면서 내는 “쿵 쿵”하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다른 대형 크레인 4기는 쇠로 된 로프가 걸려 있는 ‘빔’을 세워 놓고 쉬고 있었다.
터미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때문에 항만이 멈추진 않았지만 일감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작업 중인 선박은 홍콩과 베트남 하이퐁, 중국 샤먼(푸젠성), 진저우(랴오닝성)를 거쳐 인천항에 들어오는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이날 오전 입항할 때에는 컨테이너가 최대 적재량의 절반인 580TEU만 실려 있었다.
A 터미널은 최대 1만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도 접안이 가능한 3선석(배를 대는 자리) 규모이지만, 이날은 580TEU 규모 선박을 포함해 소형 화물선 두 척만 접안하고 있었다. 그 화물선들마저 적재 공간의 절반을 비운 채로 들어와 더 활기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A 터미널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바로 옆에 접해 있는 비슷한 크기의 B 터미널은 접안한 선박이 한 척도 없어 크레인 6기가 모두 놀고 있었다.

인천항은 대(對) 중국 무역 비중이 80%에 달한다. 특히 수출 물량보다는 수도권 공장과 물류센터로 향하는 수입 물량이 4대 6 정도로 더 많은 곳이다. 그만큼 신종코로나 확산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도 이곳을 거쳐 경기 화성 등지에 있는 완성차 공장으로 향하는데,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그런 물량이 뚝 끊겼다.
터미널 관계자는 “지금도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향하는 화물 선적은 꾸준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에서 오는 배들이 짐을 채우지 못한 탓에 인천항 접안을 취소하는 배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화물이 차지 않은 배가 오가면 터미널과 선주 모두 손해”라고 전했다.
중국발 화물이 급감한 것은 인천항의 장치(수용)율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천항은 수출용 컨테이너보다 수입 컨테이너가 더 많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려보낼 빈 컨테이너들은 터미널에 쌓아놔야 한다. 수용능력 대비 쌓아둔 컨테이너의 비율을 ‘장치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지난 4일 87%까지 장치율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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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와야 할 화물이 크게 줄어 컨테이너를 중국에 돌려보내지 못하고 쌓아뒀다는 얘기다. 이에 인천항만 등은 부랴부랴 터미널에 보관 중인 빈 컨테이너를 내보냈고, 현재 장치율을 평년 수준인 7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중국 무역이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올해 경제운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교역액 1조456억달러 가운데 2434억달러,23.3%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국이다. 특히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액 1708억달러 가운데 중국산 제품은 520억8000만달러로 약 30.5%를 차지하는 데 수입이 끊기면서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 활동 위축 정도가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만 측은 물품과 인력을 통해 신종 코로나가 유입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방역에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인천항만공사는 재난상황실을 꾸리고 해양수산부, 항만운영사 등과 실시간으로 중국 기항 선박자료 및 검역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하역 작업 동안 선원은 항만 측 하역 인력과 접촉할 수 없도록 선실 내에 격리조치하고 있고, 선원순찰도 없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