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서 예측한 '코리안 닥터둠' 신현송 BIS(국제결제은행) 조사국장이 강달러 현상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에선 기준금리 인상폭 확대와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에 따라 이례적으로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등 금융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신 국장은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공급 쇼크가 원인이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속성상 최초에는 일부 품목만 가격이 올라도 점차 품목이 많아지고 경제주체들이 여기에 대응하면서 임금 등 다른 부문 가격이 따라 올라가는 상호작용이 생긴다"며 "이런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끊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경제 정책으로선 가장 급선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개최한 'G20(주요 20개국)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신 국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각국 중앙은행이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중순 BIS가 1980년부터 현재까지 70여차례 긴축 사례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 (통화정책에서) 빠른 속도로 대응한 사례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대해 선제 대응에 나선 나라들이 향후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높고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활약한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UC(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상하고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협력을 통해 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이 필요한 두 주체가 서로를 믿지 못해 공멸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장도 이미 공격적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예상해 반응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국채금리는 3.562%, 2년물 국채금리는 3.967%에 마감하며 역전된 장단기 국채 금리차가 0.405%포인트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6일 10년 만기와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 중 한때 0.01%포인트 역전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2008년 7월18일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역전 현상이 해소됐지만 21일 종가 기준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891%,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3.847%로 금리차가 0.044%포인트에 불과했다. 장단기 금리차가 이렇게 좁혀진 것은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반영된 결과다.
독자들의 PICK!
환율과 관련, 신 국장은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강달러 현상은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 등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렸고,미국 대비 아직 경기가 비교적 침체된 나라는 좀 더 완화된 통화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강달러가 계속될 것이란 점에는 저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물가 속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국장은 "1970년대에는 물가가 15~20% 올라가는 나라가 많았고 아주 깊은 경기 침체도 있었다"며 "지금은 물가안정목표제 등 통화정책 기법이 발전했고 국제금융 제도도 브레튼우즈 체제(금본위제) 때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