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노란봉투법 분쟁]②
절차 간소화시 판정 신뢰도 저하 우려
노동분쟁일수록 주장과 증거 면밀히 따져야

중앙노동위원회가 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즉결심판' 등 신속 처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속도보다 판정의 신뢰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공익위원에게 심판이 집중되는 등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만으로는 분쟁을 끝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17일 노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심판은 해고·징계와 부당노동행위 등 근로자의 생계와 기업의 인사·노무관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쟁을 다룬다. 신속한 권리 구제가 중요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 절차까지 간소화할 경우 판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노동위 심판은 사건에 따라 짧은 심문과 서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잡한 노동분쟁일수록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면밀하게 따져야 하는 만큼 처리 속도에만 집중하면 심판의 충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위원 구성과 심판위원 배정의 공정성도 과제다. 최근 개정 노조법 관련 중노위 재심 사건에서는 특정 공익위원들에게 심판이 집중된 사실이 국회에서 지적되면서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관련 중노위 재심 39건에 참여한 공익위원은 전체 31명 가운데 7명에 그쳤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36건, 김유진 상임위원은 35건, 김은철 상임위원은 28건에 참여했다.
나 의원은 특정 위원들에게 심판이 집중된 점을 들어 공정성을 지적하며 무작위 배정 원칙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공정성에 관한 의심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무작위 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중노위는 개정 노조법 시행 초기 원·하청 교섭 사건의 전문성과 판단의 일관성을 위해 상근 공익위원 중심으로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외부 공익위원도 심판위원회 주심을 맡도록 운영 방식을 바꿨다고 밝혔다.
판정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처리 속도만 높일 경우 분쟁이 노동위에서 끝나지 않고 법원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노동위 판정에 불복하면 중노위 재심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법조계에서는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기에 앞서 심판위원 구성과 배정의 공정성,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 등 기존 심판의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판의 질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판정 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