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겸 점심으로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잔, 저녁으로 따뜻한 바닐라 라떼 한 잔을 마시는 사람과 바나나 하나로 아침점심저녁을 해결하는 사람이 먹방 MC가 됐다. 설명만 들어도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라는 주문처럼 황당한 소리 같지만, 이 먹방 웹 예능은 지난 7월 막을 올려 어느덧 10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한 에피소드 당 평균 200만 뷰를 거뜬히 넘기며 순항 중인 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의 ‘밥맛없는 언니들’이다.
연예계 대표 소식가로 손꼽히는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출연하는 ‘'밥맛없는 언니들’(이하 ‘밥없니’)은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들의 집 나간 밥맛을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담는다. 소식좌와 대조되는 식욕을 가진 김숙, 노사연, 유민상, 히밥, 홍윤화 등을 먹교수로 초대해 먹교수의 추천 메뉴로 잘 먹는 방법을 배운다.
첫 화부터 먹교수들은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식당으로 두 사람을 초대해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추천한다. 박소현과 산다라박은 새로운 메뉴가 등장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음식을 반기지만, 정작 환영하던 모습과는 대조되는 하찮은(?) 먹방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고기 한 점 씹는데 5분, 전복 한 점에는 10분 이상 소요돼 “여기 뱉어”라는 말까지 듣는 박소현과 자칭 미각 파괴자 산다라박의 신박한 맛 표현이 관전 포인트. 먹방 프로그램 단골 장면인 ‘면치기’도 볼 수 있다. 다량의 면을 빠른 속도로 흡입하는 탓에 다소 불쾌하게 들리던 후루룩 소리도 소식좌 버전은 마냥 귀엽게 들린다..

지금까지 먹방 생태계를 주름잡던 대식좌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소식좌와 그런 그들에게 잘 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식좌. 여기까지만 들어선 ‘밥없니’ 역시 여느 먹방과 다를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작지만 큰 차이점으로 ‘밥없니’는 매우 특별해진다. 그 누구도 박소현과 산다라박에게 ‘많이 먹기’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두 사람은 제작진에게 선물 받은 소중대 크기의 밥그릇을 활용해 촬영 때마다 자신이 소화 가능한 만큼만 덜어서 음식을 먹는다. 촬영 중 배가 부른 경우엔 언제라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로 식사 중단 선언이 가능하다. 먹교수로 함께하는 대식좌들은 두 사람에게 음식을 추천한 이유,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조합 등을 설명하고 자신 또한 취향껏 음식을 즐긴다. 결국 그 차이점이란 일반적인 기준보다 적은 양을 먹든, 많은 양을 먹든 ‘각자의 식습관대로’ ‘잘 먹는 것’이다
매 회차 말미에는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먹교수의 추천 조합 가운데 자신의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 조합을 하나씩 선택한다. 먹교수의 ‘막입(마지막 한 입) 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에, 배부름을 이겨낼 만큼 또 먹고 싶은 조합이면 “콜”을 외치고 선택한 메뉴를 먹는다. 시식 거절 의사 표현은 “잘 먹었습니다”이다. 이는 음식이 있어도 잘 먹지 않는 소식좌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한 설정. 소식좌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건 아닌 듯 두 사람에게서 “콜”을 듣기란 쉽지 않다. 다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먹는 양도 조금씩 늘어나고, 이제는 “콜”을 두 번이나 외친 산다라박과는 달리 박소현은 첫 화부터 지금까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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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박소현은 물론이고, 늘어났다고 하지만 산다라박의 식사량 또한 일반 사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건강하며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라고 말한다. 구독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밥없니’ 7화에서 이들은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의사도 놀랄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밥없니’를 시작한 이후 음식을 먹기 전 준비 자세부터 달라졌다는 산다라박은 “입안 가득 음식을 머금고 먹는 게 맛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밥없니’ 제작진은 소식좌 두 MC에 대해 “절대적인 (식사)양이 일반인보다 적을뿐, 음식을 좋아한다. 또한 음식의 맛과 경험에 호기심이 많다는 걸 사전 인터뷰와 촬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두 사람은 음식에 진심이다”라고 밝혔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활성화된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먹방 콘텐츠는 각광을 받았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많이, 화려하게,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구독자를 불러 모았다. 다만 먹방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기본 식사 예절에 혼란이 일었고, 폭식을 조장하고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식탁 앞에서는 계획적이어선 안된다는 먹교수의 가르침에도 (식사)양이 적은 탓에 다음 음식을 맛보기 위해 계획적일 수밖에 없다는 박소현과 산다라박. 두 번 이상 같은 음식에 젓가락이 향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이유라는 것만 봐도 음식을 대하는 이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동안 넘치도록 많이 먹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음식에 대한 과시성은 배제된, 오롯이 ‘먹는 것’에만 집중된 소식좌의 먹방이야 말로 ‘잘 먹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