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고 음울했던 희대의 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이야기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넷플릭스의 신작 '다머-괴물:제프리 다머 이야기'는 다머의 일생을 10년의 간격에 걸쳐 10부작으로 그려냈다. '더 프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만든 라이언 머피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은 '다머'는 시종일관 음울하고 나른한 분위기로 살인마의 이상심리와 살인행각을 담았다.
미국을 뒤흔든 흉악한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는 1960년 5월 21일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며 살인을 저질렀다. 그가 살인한 대상은 무려 17명. 범행 기간은 13년에 이른다. 교수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머는 어린시절부터 죽은 동물에 집착하거나 해부를 즐기는 기이한 성향을 보였다. 대체로 조용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였으나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또래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으며 부모의 불화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부모가 이혼한 청소년기에는 집에 홀로 남겨져 방치된 채 살며 술을 접하고 알콜중독의 길로 들어선다. 다머의 첫 범행은 이 시기에 이뤄졌으며 상대는 히치하이킹을 하던 아름다운 백인 소년이었다.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시체를 가루로 만들어 집 주변에 뿌리는 등 이상행동을 하기도 한 다머는 홀로 남겨지는 것, 애정을 가진 상대가 자신을 떠나는 것에 극도의 공포를 느꼈으며, 상대를 완전히 통제하고 제압하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알려졌다.

이후 13년에 걸쳐 제프리 다머는 주로 흑인과 유색인종인 젊은 남성을 유인해 16명을 더 살해했다. 살인을 저지른 뒤에는 드릴로 머리에 구멍을 낸 후 염산을 뿌려 뇌를 녹이거나, 산성물질을 이용해 살이 녹이고, 살점 일부는 먹고 사체를 보관했다. 입에 담을 수 없이 끔찍하고 엽기적인 범행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사형제가 없던 위스콘신 주에서 무려 900년이 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수감 생활 중 살해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다머'는 '밀워키의 식인종'으로 불리던 살인마의 실화를 여과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1978년부터 1991년까지 살인을 저지른 다머는 테드 번디, 조디악 킬러와 더불어 미국의 3대 연쇄살인마로 불리는 인물인만큼 이번 시리즈 제작은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공개 후 전세계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기록한 이번 작품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며 무성한 논란을 낳고 있다.
제프리 다머의 인생과 그가 체포된 후의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기억과 진술 등에 따라 시간대를 오가며 편집돼 동일한 사건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그려지거나 재구성되기도 한다. 희대의 연쇄 살인마 제프리 다머 역은 '아메리칸 호러 시리즈'와 마블의 '퀵실버'로 잘 알려진 에반 피터스가 맡았다. 에반 피터스는 극중 전라 노출 및 동성애 애정 신 등을 과감하게 연기하는가 하면, 다머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이상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품은 다머의 실화를 충실하게 재연한다. 충실함을 넘어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잔인하게 사건을 그려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죄 장면은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남성의 성기 노출, 섹스 신, 시체 훼손 및 식인 장면 등은 왠만한 고어물을 버금가는 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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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나른하고 음울하게 다머의 정신세계와 범죄를 묘사하던 '다머'는 중반부 그의 체포 이후 또다른 문제를 담아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바로 다머 사건이 시사하는 당시 미국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와 공권력, 동성애 등에 대한 전반적 사회문제다.
후반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흑인 여성 '글렌다'(니시 내시)을 통해 미국 사회의 전반적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 든다. 글렌다는 다머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이웃집에 살면서 다머의 범죄를 의심하며 경찰에 수없이 신고를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흑인이 주로 거주하던 우범지대 아파트라는 점에서 번번히 묵살당했고, 다머의 체포 이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작품 후반에는 다머가 13년 동안이나 경찰의 눈을 피해 어떻게 그많은 사람을 죽이고 범죄를 계속할 수 있었는지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당시 경찰의 부패하고 무능하며 안일한 인식을 비롯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등 사회의 제도 속에 있다고 에둘러 말한다. 더불어 다머의 어린 시절과 후반부 아버지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가정환경, 부모의 육아 방식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다머'는 자극적이고 끔찍한 실화 소재 범죄물인 동시에 비범한 영상미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심리물이면서 사회 문제를 통렬하게 그린 문제작이다. 작품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와 논쟁 역시 '다머'가 그만큼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작품이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