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보다 풋풋한 설렘 가득한 MBC '솔로 동창회 학연'

자극보다 풋풋한 설렘 가득한 MBC '솔로 동창회 학연'

이현주(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12.13 10:15

'환승연애의 순한 맛 버전? 공영방송의 짝짓기 프로 도전'

사진= 방송 영상 캡처
사진= 방송 영상 캡처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라고 누군가 그랬다. 사람들은 그 말에 기대고 싶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만나야 할’ 사람이라고 믿곤 한다. 맞을까.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닌 걸까.

어마어마한 우주의 조화와 영겁의 인연의 고리가 만나야 비로소 성사되는 관계. 그만큼 쉽지 않기에 남녀의 만남과 연애는 세대를 초월해 흥미진진한 콘텐츠다. 영화로 드라마로,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연애. 그중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연애 예능이 탄생했으니 바로 MBC ‘솔로동창회 학연’이다.

일단 ‘동창회’라니. 생면부지의 남녀가 아닌 동창들이 모인다는 뜻. 첫 만남의 설렘과 어색함과는 또 다른 두근거림이 있을 터였다. ‘솔로동창회 학연’ 첫 회에는 서울 신동초등학교 67회 졸업생 8명이 출연했다. 모두 1999년생들이라고 하니, 지금 한창 연애에 관심이 많을 나이. 드라마나 영화도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변신할 때 그 어느 장면보다 극적이고, 기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솔로동창회 학연’ 역시 시작할 때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먼저 보여주니 성인이 된 모습이 몹시 궁금할밖에.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그럴진대,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예상대로 귀엽기 그지없던 초등학생들은 어엿한 어른이 되어 나타났고, 모두 아름다운 청춘들이었다. 출연자들에게는 기억 속 모습과 현재 얼굴이 겹쳐, 겹겹이 쌓인 꽃잎이 벌어지듯 추억과 반가움, 놀라움이 만개했을 듯. 사람이란 때로 참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첫 화에서 역대급 몰표는 김준구에게 돌아갔다. 과연 그 첫인상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2화에서는 11년 만에 만난 동창생들 앞에서 현재의 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졸업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근황을 몰랐던 출연자들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 잘 자랐음에 기뻐하는 모습이었고 그걸 보는 시청자나 스튜디오의 다섯 MC도 흐뭇하기는 마찬가지. 2화에서는 또 첫 번째 호감 투표인 ‘오늘의 마음 선택’ 결과가 공개됐고, 첫 공식 데이트도 시작됐다. 늘 그렇듯 두 사람이 한 방향이면 좋겠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둔 걸 알면서도 그에게만 향하게만 되는 상황은 생기게 마련. 앞으로 애정전선은 점점 더 복잡해질 듯 보인다.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초등학교 동창 중 꼭 만나고 싶은 이성 친구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한때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 문득 떠오르는 이름 뒤로 세월이 그를 얼마나 변하게 했는지, 그쪽도 나를 기억할지 궁금해지면서 그 초등학교 시절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솔로동창회 학연’ 출연자 또래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던 기억이 있다. 물론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6학년 때 좋아했던 남학생. 당시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해 꽤 인기가 많던 친구였다. 그날 과연 그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정말 그가 나타났다. 기쁨은 거기까지.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그는 그새 유부남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몽글몽글한 추억 여행을 선사할 수 있기에 ‘솔로동창회’는 일단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제는 고전이 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는 “총각이 처녀를 적절한 환경에서 만나면 되는 거야. 그 환경은 내가 만들어 주는 거지”라는 대사가 있다. 왕자의 아버지가 무도회를 열기 전 신하에게 한 말이다. 어릴 적 그 얘기를 들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사랑이란 운명이라고.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직 정답을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아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건 운명일까. 인연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적절한 환경과 타이밍을 만들어 준 것일까. 내가 남편을 만고 결혼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을까. 이것은 사소하게 시작하지만, 결코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매우 철학적이고 우주론적인 질문으로 끝없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일단 멈추기로 한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솔로동창회 학연’ 역시 사랑에 빠져보기로 작정한 청춘남녀들에게 일단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마침내(?) 그들은 만났다. 이제 남은 건 출연자들의 몫. 그들은 만나야 할 사람들이 될까,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될까. 나는 출연자들이 열심히,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길 바란다. 연애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모진 세상에 떨어진 우리에게 온 세상이 빛나 보이는 건 오로지 그때뿐이므로. 비록 그것이 찰나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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