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들이 중년 솔로 스타들 짝지어주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9일 KBS JOY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는 이영자 지상렬 김숙, 장서희 우희진 구본승 이재황 황동주가 여행을 통해 인연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10일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도 톱 진행자이자 성공한 사업가였던 주병진이 세 번의 맞선 데이트 끝에 선택한 상대와 본격적인 만남을 이어 갔다.
2015년 ‘불타는 청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듯한 중년 솔로 스타들의 TV 속 썸타기는 지난해 들어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불타는 청춘’은 다수의 중년 솔로, 돌싱 스타들이 한적한 교외로 단체 여행을 떠나 서로 호흡을 맞추고 우정을 키워보는 포맷이다. 그 과정에 김국진-강수지 커플을 대표로 다양한 애정 라인이 형성됐다.
지난해 중년 스타 짝짓기는 관찰 예능들의 킬러 콘텐츠로 부상했다. SBS ‘미운우리새끼’(김승수-양정아), ‘신발 벗고 돌싱포맨’(MC들-여성 연예인들 소개팅) 등 관찰 예능이 중년 스타들의 연애를 부추겼다. 심현섭이나 김일우, 또는 예지원 오윤아 이수경 등 여배우들도 단체로 종편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썸타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중년 솔로 스타들의 연애 도전기를 뜨거운 이슈로 끌어 올린 것은 지난 연말 시작된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이다. 주병진 박소현 박형준 천정명 등 미혼 솔로 중년 스타들을 사회적 명성과 부를 갖춘 ‘다이어 솔로’로 규정하고, 이들이 간직해온 진정한 사랑에 대한 꿈도 이루기 위해 일반인들과 맞선에 나서는 포맷이다.

박소현 박형준 천정명 등 다른 출연진들의 연애에도 시청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남다른 폭발력은 주병진 덕분으로 보인다. 주병진은 다른 슈퍼스타들도 쉽게 견주기 힘든 한국 연예계 알파 메일 최상위 존재다.
연예계에서 최정상에 오른 것도 모자라 사업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부까지 거머쥐었다. 노화가 느끼지지 않는 잘생긴 외모와, 수영 선수 출신다운 잘 관리된 몸매, 거기다 좋은 매너와 유머까지 갖췄다. 결혼 정보 회사 조건 점수로 따지면 윗 등급이 있을까 싶을 만큼 완벽한 선망남이다.
연애 예능이 인기를 얻으려면 풍성한 판타지와, 적당량의 감정 이입 요소들의 공존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을 꿈꾸게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부와 명예를 지닌 극소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도록 선망받는 요건들을 출연자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감정 이입도 일정량 가능하도록 평범함이나 부족함도 병행돼야 한다.
주병진은 판타지만 있는 듯 보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60대라는 나이는 부족함에 해당될 수 있고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돕는 장치로 작동한다. 주병진의 맞선 상대들도 변호사나 사업가 등 선호되는 직업을 갖췄지만 50대의 나이라는 감정 이입 요소들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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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주시청층이 중년인 점을 감안하면 주병진이든 맞선 상대든 감정을 이입하고, 화려한 조건인 이들의 연애를 판타지로 즐기기에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는 최상이다. 아직 미혼인 데다 연애가 공개된 적 없는 주병진의 데이트 모습도 희소가치 극상이라 시청 충성도를 더욱 높인다. 주병진만이 아니라 박소현의 맞선에서도 그러하듯 상대와의 큰 나이 차이도 자극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연하남과 결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주로 또래와 연애하고 결혼한 중년의 시청자들에게 큰 나이 차 역시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강력히 자극하는 장치다. 이는 ‘오래된 만남 추구’ 같은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여자 출연자와 연하 상대남의 썸 구도가 거의 필수 요소처럼 등장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는 출연자 선정이나 포맷 구성에 있어 많은 성취를 이룬 프로그램이다.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돼 시청률이 아주 높지 않지만 화제성에서는 연애 예능의 한 획을 거둔 작품으로 남을 만하다.
하지만 우려도 남는다.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는 오늘만 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뒤가 없어 보인다. 중년 연애 프로그램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극한으로 다 끌어쓴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런 프로그램 섭외 대상 중 끝판왕일 수 있는 주병진이 등장한 점이 가장 그렇다.
주병진만이 아니라 박소현도 연애 프로그램 중년 여성 출연자 중 각종 조건의 총합 점수가 극상으로 판단된다. 연예계의 위상, 동안 정도, 거기다 공개된 기존 연애 여부의 희소성 등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 자격 점수에서 주병진과 박소현에 필적하는 중년 솔로 연예인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둘은 ‘다이어 솔로’의 상징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중년 솔로 연애 예능 인재 풀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거기다 많은 돌싱 중년 스타들은 이미 관찰 예능에서 썸을 타며 신선함이 바랜 경우가 많고 혼인 경험이 없는 솔로는 수적으로 드물다.
물론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당면한 작품에 최선을 다해 승부를 봐야 하니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제작진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예능에서 성공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그 흐름을 타는 프로그램들이 뒤를 이으면서 한동안 새 트렌드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청자들도 한동안 비슷한 프로그램을 기대하며 설렜던 감상의 경험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로 정점에 오른 중년 솔로 스타들의 연애 예능의 미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