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ㅣ 죽는 게 일인 로버트 패틴슨의 극한 직업

미키 17ㅣ 죽는 게 일인 로버트 패틴슨의 극한 직업

한수진 ize 기자
2025.02.19 12:52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기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순간의 감각은 오직 살아 있는 자들의 상상에만 맡겨진다. 그러나 미키는 다르다. 그는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도 답할 수 없었던 질문에 대한 증인이 된다.

미키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죽는 건 항상 무서워. 끔찍해. 싫어. 여러 번 죽어봐도 매번 항상.”

‘미키 17’은 얼음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죽음을 반복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소모품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미키는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다 실패하고,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 행성 개척단에 합류한다. 미키는 위험한 임무를 맡는 익스펜더블로서,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갖고 다시 프린트된다. 죽는 게 직업인 존재다.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키 17’은 인간을 복제하고 소모품처럼 다루는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노동이 어떻게 착취 운영되는지 날카롭게 풍자한다. 영화는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인간을 하나의 자원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미키는 죽음을 직업으로 삼고, 그의 육체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이는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인간성을 말소하고, 노동력을 단순히 생산성과 비용 대비 효율로만 환산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의 반복적인 죽음과 프린트 과정은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개별성이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박탈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영화 속에서 미키의 죽음은 더 이상 비극이 아니며, 동료들은 그가 죽을 때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마치 기계 부품이 교체되는 것처럼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죽음의 의미는 퇴색하고, 심지어 미키 스스로도 자신의 생존 여부에 대한 감각을 점차 잃어간다. 이는 현대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가 개별적 인격체가 아니라 기능적 역할로만 평가되는 구조와 유사하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극단적인 형태의 착취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영화는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행성 개척단을 이끄는 독재자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과 그의 아내 일파 마셜(토니 콜렛)의 캐릭터는 이러한 시스템의 수혜자로서, 현실 속 권력층과 엘리트 계층을 풍자하는 장치다. 이들은 인간을 하나의 자원으로 간주하며, 복제 기술을 절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다. 마셜 부부는 겉으로는 개척과 생존을 위한 지도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인물들이다.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키 17'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키 17’은 외계 행성이 나오고, 그럴듯한 CG 효과만을 자랑하는 겉보기만 화려한 SF 영화가 아니다. 인간을 기계 부품처럼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시스템을 비판하며, 관객에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돌이켜보면, ‘설국열차’에서는 계급 사회의 극단적 구조를 기차라는 폐쇄적 공간 속에 집약적으로 담아냈고, ‘옥자’에서는 대기업의 탐욕과 윤리적 딜레마를 거대 돼지 한 마리의 운명을 통해 비극적으로 풀어냈다. ‘기생충’에서는 부와 빈곤의 양극화를 두 가족이 한 집 안에서 계층별로 나뉘는 모습을 통해 날카롭게 풍자했다. ‘미키 17’ 또한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SF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더욱 강렬하게 펼쳐진다.

결국,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꾸준히 탐구해 온 계급, 노동, 인간성의 문제를 SF적 상상력과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결합해 표현한 작품이다. 봉 감독은 미래라는 배경 속에서도 현재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관객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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