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박지훈 주연 '왕과 사는 남자', 개봉 20일째 600만 돌파
'왕의 남자'·'광해, 왕이 된 남자' 이어 천만 주역 될까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20일째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좀비딸'의 기록(564만)을 넘어선 수치다. 침체가 이어졌던 극장가의 오랜만의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 상영이 절찬리 이어지고 있는 만큼 '파묘'(2024) 이후 2년 만의 1000만 영화 탄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제목이다. '왕'과 '남자'가 함께 들어간 영화들은 유독 흥행 성과가 뚜렷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는 사극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역시 1000만 영화 대열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사극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이 계보 위에 놓인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왕과, 그를 지켜보는 평범한 백성들의 관계를 중심에 둔다. 정치적 서사보다는 일상 감정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른바 '왕 남자' 조합이 반복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구조적 공통점이 있다. 왕은 역사적 상징성과 스케일을 보장하고, 남자는 관객이 이야기에 감정을 얹고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권력과 개인, 제도와 인간의 충돌 구도가 서사의 긴장을 만들고 이는 대중영화로서 흡인력으로 이어진다.
배우 조합 역시 흥행의 핵심 변수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중심을 잡은 유해진은 이미 여러 차례 1000만 흥행을 경험한 배우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 등 여러 편의 1000만 흥행작을 통해 쌓아온 신뢰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졌다. 관객에게 유해진이라는 이름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증하는 배우로 통한다.
박지훈의 존재감도 주목할 만하다. 단종 역을 맡은 그는 절제된 감정 연기와 안정적인 호흡으로 유해진과 함께 극의 중심을 지탱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인식을 완전히 벗고 시리즈 '약한영웅'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연기자로서 역량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최근 한국영화 시장의 희망의 불씨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영화 중 1000만 영화는 없었고,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좀비딸'도 500만명 선에 머물렀다.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반등의 발판이 연초 '왕과 사는 남자'로 만들어졌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한국영화라는 점 역시 시장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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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관건은 '왕과 사는 남자' 이후에도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한국영화들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한 편의 흥행만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장르와 소재, 배우 조합, 입소문이 맞물릴 경우 여전히 극장으로 관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왕과 사는 남자'가 입증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넘길 경우 한국영화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작품은 개봉 이후 꾸준한 관객 증가세를 이어가며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1000만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스코어 추이를 보면 이미 '왕의 남자'와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걸었던 흥행 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왕과 사는 남자'가 이 계보를 잇는 동시에 침체됐던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끌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