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미니 3집 'DEADLINE' 발매…3년 5개월만 신보
타이틀곡 'GO', 폭발적인 훅과 타협 없는 메시지 극대화

모든 일에는 마감 기한이 있다. 때문에 약속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하거나 압박받는 경우도 있고, 마지막 스퍼트라는 말이 있듯 어느 순간에 큰 기량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야 그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에게 새 앨범이 그랬을 거다. 각자 솔로 활동으로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팀으로는 지난 2022년 정규 2집 'BORN PINK'(본 핑크) 이후 오랜 기간 완전체 신보를 내지 않았다. 늘어나는 세월만큼 일정한 압박이 있었을 거다.
때문에 27일 발매한 새 앨범의 제목이 'DEADLINE'(데드라인)이라는 점은 절묘하고도 재치있다. 데드라인은 더이상은 넘어갈 수 없는 최종적인 한계를 뜻한다. 많은 음악 팬들이 이들의 새 노래를 갈망하며 기다려온 시간이 쌓여 한계에 다다른 순간, 이 앨범이 공개된 것이다.
EP인 'DEADLINE'에는 총 5곡이 실렸다. 지난해 7월 선공개한 '뛰어(JUMP)'를 비롯해 타이틀곡 'GO'(고), 'Me and my'(미 앤드 마이), 'Champion'(챔피언), 'Fxxxboy'가 담겼다. 이 다섯 곡은 장르의 폭을 넓히기보다 태도를 넓힌다. 더 정확히는, 블랙핑크가 세계 최정상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더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이미 '뛰어'로 하드스타일이라는 생경한 장르를 끌어들였다면, 이번 EP는 그 뒤에 이어질 선택들을 더 직선적으로 밀어붙인다. 특히 '뛰어'의 충격을 기준 삼아 'GO'를 예상했다면 또 한 번 결이 다른 강도를 맞닥뜨리게 된다.
로제의 유려하고 소울풀한 보컬로 시작되는 'GO'는 점진적으로 사운드를 웅장하게 펼쳐낸다. 도입부에서 "When I say so"로 부드럽게 긴장을 눌러 담은 채 마무리한 뒤, 후렴의 "GO / Blackpink'll make ya"로 넘어가는 순간 전면에 터지는 사운드 전환은 곡의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반전의 동력을 만들어낸다. 그 뒤를 잇는 리사의 "Go get it, Imma go get it / Never gonna settle for second" 타격감 좋은 묵직한 래핑이 이를 단단하게 떠받친다.
곡은 사운드 소스와 멜로디를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으로 아우르며 입체적인 밀도를 만들어낸다. 보컬을 앞세운 구간에서는 부드러움과 하모니가 주는 확장감을, 랩 파트에서는 단단한 리듬감을 통해 구조적 대비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곡 전반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타협 없는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강렬한 사운드 구성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용기와 연대의 메시지를 당당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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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걸리는 건 한국어의 부재다. EP에서 한국어가 남아 있는 곡은 사실상 '뛰어(JUMP)'뿐이고, 그마저도 한국어 가사는 극히 소량이다. K팝에서 한국어는 오랫동안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돼 왔지만, 블랙핑크는 이번 앨범에서 그것을 최소화하는 대신 전달 방식을 재구성했다. 발화보다 리듬, 의미보다 에너지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언어가 비워진 자리는 사운드 레이어와 퍼포먼스 구조가 채우며 메시지의 전달은 오히려 더 직선적으로 작동한다. 물론 한국 청자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DEADLINE'은 팀의 정체성을 언어로 증명하기보다 지금의 입지 그 자체로 보여준다. 영어 곡임에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월드와이드'로 확장해 온 존재감에서 비롯한 자신감이다.
이 지점에서 'DEADLINE'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난다. 청소년 청취 불가 트랙의 존재다. 'Me and my'와 'Fxxxboy'가 그것이다. 전작 'BORN PINK'에서 'Typa Girl', 'Hard to Love', 'Tally' 등을 통해 표현의 수위를 확장했던 흐름은 이번 EP에서도 이어진다. 검열되지 않은 욕망, 노골적인 태도, 솔직한 정서를 자신들의 프레임 안으로 끌어온다.
누군가에겐 불편함일 수 있지만, 이 앨범이 말하는 '마감(DEADLINE)'은 바로 그런 선택의 책임을 포함한다. 한계를 넘는다는 것은 선택의 결과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태도고, 블랙핑크는 그 불가역성을 이번 앨범의 서사로 끌어들인다.
'DEADLINE'은 지금의 블랙핑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리키는 좌표다. 더 이상 설명으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위치, 선택의 결과를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태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축적된 시간 위에서 가능해졌다는 사실까지 함께 드러낸다. 마감선은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경계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그 경계를 통과한 팀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다음을 설계하는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