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떠나도 여름 안방극장은 '킬러들의 놀이터' [IZE 진단]

'김부장' 떠나도 여름 안방극장은 '킬러들의 놀이터'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8.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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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유부녀 킬러' 이동욱 '킬러들의 쇼핑몰2' 폭발적 화제

김부장, 유부녀 킬러, 킬러들의 쇼핑몰2 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 작품은 주인공이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악인을 제압하는 과정을 그리며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대중은 현실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판타지적 요소와 대의명분을 가진 주인공들의 활약에 열광했다.
'유부녀 킬러' 공효진(위), '킬러들의 쇼핑몰2' 이동욱. 사진제공=MBC, 디즈니
'유부녀 킬러' 공효진(위), '킬러들의 쇼핑몰2' 이동욱. 사진제공=MBC, 디즈니

킬러들이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주인공을 앞세운 호쾌한 액션물에 대중이 열광하는 모양새다. 김부장(소지섭)부터 유보나(공효진), 정진만(이동욱)까지, 2026년판 ‘킬러들의 수다’라 할 만하다.

23%가 넘는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 ‘김부장’에는 내로라하는 신체 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빠 어벤져스’라 불리는 김부장, 박진철, 성한수를 비롯해 그들에 맞서는 빌런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북파공작원 출신인 이들을 ‘킬러’로만 규정지을 순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를 암살하고 척결할 목적으로 급파된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은 분명 ‘해결사’다.

‘김부장’의 떠난 빈자리를 두고 여러 드라마들이 각축을 벌였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킬러의 승리다. 배우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MBC ‘유부녀 킬러’가 방송 첫 주, 8%대 시청률로 승기를 잡았다.

김부장이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딸을 키우듯, 유보나 역시 어린 딸을 키우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엄마 같지만 원래 직업은 킬러다. 두루미 전자영업 3팀의 부장으로 위장했을 뿐, 전설적인 저격수 ‘킹피셔’로 악명이 높다. 그가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현업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워킹맘 킬러’의 애환을 다룬다. 남편과 딸을 두고 일터로 다시 나가는 며느리가 마뜩지 않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 대해 "선풍기를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고 알고 있다. 유보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시어머니의 양배추를 썰어놓으라는 시집살이에 ‘특기’를 살린 칼질로 이를 척척해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유부녀 킬러' 공효진, 사진제공=방송 영상 캡처 
'유부녀 킬러' 공효진, 사진제공=방송 영상 캡처 

배우 이동욱, 김혜준이 주연을 맡은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역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4일 발표한 8월 1주차 펀덱스에 따르면 이 작품과 주인공을 연기한 이동욱은 TV·OTT 통합 드라마와 출연자 부문에서 각각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공개 첫날 기준 전 세계 디즈니 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이름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첫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2’는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 ‘머더헬프’의 대표가 된 정지안(김혜준)과 살아 돌아온 삼촌 정진만(이동욱)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1에서는 현실을 부정하고 유약했던 정지안이 이제는 각성 후 능숙하게 총을 잡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이들 모두 상대방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한다는 측면에서 마냥 ‘선한 인물’로 볼 순 없다. 하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모두가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김부장은 과거를 잊고 오로지 딸 민지의 아버지로 살아가지만, 민지가 실종·납치되면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오로지 딸을 살리겠다는 아버지의 사랑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부장은 상대방을 죽이지 않기 위해 팔과 다리 등에 총을 쏜다.

유보나 역시 저격 대상을 분명히 구분짓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단하지 못한 악인들 만을 제거 명단에 올린다. 이는 앞서 ‘모범택시’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 공권력이 다스리지 못하는 ‘힘을 가진 악인’에 대한 공분은 시청자들이 ‘유부녀 킬러’를 지지하게 되는 밑거름이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총기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정진만·정지안 역시 선보다는 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더 큰 악에 맞서며 명분을 얻는다. 둘이 글로벌 범죄 조직 ‘바빌론’을 조금씩 몰락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런 심리는 넷플릭스 ‘참교육’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대중의 지지와 맞닿아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참교육’은 불과 한달여 만에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챙겨본 한국 콘텐츠로 우뚝 섰다. 이 작품은 학교 폭력 가해자, 촉법 소년, 악성 민원 학부모 등 공교육과 선한 학생·교사를 위협하는 존재를 척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이런 일련의 콘텐츠는 모두 ‘판타지’다.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을 드라마적 허용을 통해 소화하는 식이다. 일명 ‘사이다’ 전개다. 대중이 현실 속 답답함을 해소하는 장치로서 드라마·영화를 보고 즐긴다는 의미다. 그리고 서사가 참신하고, 액션은 화려하고, 연출은 촘촘해야 한다. 재미없는 킬러물은 ‘김빠진 사이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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