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능 태도 논란에도 주연 드라마 시청률 상승
생활·장르 연기 오가며 권태성 역에 설득력

예능에서는 말문이 막혔지만 드라마에서는 인물을 막힘없이 풀어낸다. 배우 정준원이 '유부녀 킬러'를 통해 본업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첫 예능에서 드러난 미숙함을 무조건 긴장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시의 모습이 연기력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작품으로 증명하고 있다.
MBC 금토 드라마 '유부녀 킬러'에서 정준원이 연기하는 권태성은 유보나(공효진)의 남편이자 탐사보도팀 기자다. 집에서는 아내의 직장 복귀를 응원하고 딸을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가장이지만, 일터에서는 불의를 보면 물러서지 않는 집요한 기자다. 무엇보다 자신이 추적하는 전설의 킬러 킹피셔가 아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진실에 접근한다.
정준원은 이처럼 상반된 권태성의 얼굴을 과장 없이 나눠 보여준다. 가족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힘을 뺀 말투와 편안한 표정으로 생활감을 만들고, 취재에 들어가면 시선과 호흡을 단단하게 바꾸며 인물의 집념을 드러낸다. 사랑꾼 남편과 열혈 기자 사이의 간극을 자연스러운 온도 차로 표현한다.

공효진과 호흡도 매끄럽다. 다정하면서도 담백하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을 실제 부부처럼 보이게 한다. 아내를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빛과 딸을 대하는 스윗한 태도로 사랑꾼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의 생활감을 더한다.
이는 전작이자 출세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확인된 장점이다. 당시 정준원은 산부인과 4년 차 전공의 구도원을 맡아 후배들을 이끄는 안정감과 오이영(고윤정)을 향한 감정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유부녀 킬러' 윤종호 감독 역시 정준원에 대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청률도 예능 논란과는 별개로 움직였다. 정준원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극도로 긴장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작품 홍보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논란 이후 방송한 '유부녀 킬러' 3·4회는 전국 시청률 8.3%, 9.4%를 각각 기록하며 매회 자체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같은 날 방송한 주말 미니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도 찍었다.
물론 이 성적을 정준원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독특한 설정과 빠른 전개, 공효진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안정적인 호흡이 함께 만든 결과다. 다만 유보나의 남편이자 그의 정체를 추적하는 기자로서 생활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담당하는 정준원 역시 작품을 지탱하는 중심축 중 하나다.
정준원이 본업에서 보여주는 안정감만큼은 분명하다. 첫 예능에서 남긴 부정적인 인상을 성숙한 연기로 떼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