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즉흥 여행 논란과 납득 안되는 해명으로 훼손된 신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흥미를 안기는 핵심은 ‘리얼’함 자체보다는 ‘버라이어티’함에 있다. 스타급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는 형식은 ‘리얼’함이 담아내는 사실적(또는 사실적이라 인정받는) 내용이라는 전제 위에 시청자가 그들의 평범한 현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버라이어티’한 면모를 한껏 담아냄으로써 웃음과 재미, 또 때로는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MBC ‘무한도전’과 KBS 2TV ‘1박2일’이 시청자 인기 속에 본격적으로 흐름을 이끌기 시작한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를 바탕으로 TV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를 넘어 어느새 유일한 ‘장르’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MBC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제작진은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 시대! 이제는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현실에 “연예계 역시 1/3은 1인 가구! …. 각기 다른 이유로 싱글족이 된 스타들!”이 존재한다면서 이들의 “싱글라이프(에) 대한 진솔한 모습, 지혜로운 삶의 노하우.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철학”을 담는 프로그램이라 설명한다.
그러면서 여기에 전제를 달아놓았다. “싱글족이 된 스타들”의 “일상은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하며 이를 “허심탄회한 스토리로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기법이란 특정한 기획 및 제작 의도를 지닌 제작진이 출연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나 관객은 그 속에 어떤 연출적 재량이 더해지지 않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미 제작진의 기획 및 제작 의도가 그 바탕에 있는 것은 물론 노출되는 각 장면 역시 거기서 벗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 또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들의 이름값과 유명세에 가려진 소소한 일상과 나아가 이를 살아가는 그들의 속내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이를 쉽게 지켜볼 수 없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은 그들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의 그것에서 크게 멀어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은 태생부터 이미 제작진의 일정한 연출을 배제하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시청자들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 안기는 흥미로움이 ‘리얼’함보다는 스타들의 ‘버라이어티’한 모습에서 나온다는 전제도 그래서 가능하다. 그럴 때 스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보다는 여전히 대중적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야말로 스타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온전한 스타로서 비치게 한다.
독자들의 PICK!

최근 ‘나 혼자 산다’를 둘러싼 논란과 이를 향한 비난은 그런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프로그램은 지난달 14일과 21일 진행자이면서 출연자인 방송인 전현무가 카자흐스탄을 찾아 여행하는 모습을 담았다. 아무런 구체적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바로 당일 항공권 등을 구매한 뒤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가 렌터카를 장시간 운전해 여행을 즐기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은 ▲카자흐스탄 관광당국의 사전 협조 또는 지원 및 제작진의 기획과 사전 준비 ▲현지법상 규젱된 한국 운전면허증 번역·공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렌터카 대여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시차와는 동떨어진 일부 장면 속 시각 등을 근거로 ‘즉흥’ 여행이라는 설정이 미심쩍다는 의혹을 던졌다.
이를 해명하고 설명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의혹을 더욱 키웠고 논란을 낳았다. 카자흐스탄 관광당국의 사전 협조 또는 지원이 없었다던 첫 해명은 “알마티시 관광청의 행정적 절차 등 촬영 협조”를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현지 법제에 부합하지 않는 렌터가 대여 절차에 대한 비난도 이어져 제작진은 결국 “현지 법규를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한 불찰”에 고개를 숙였다.
“평소 즉흥 여행을 즐기는 전현무의 일상을 제작진이 함께 따라가는 방식”으로 촬영하려 했다는 제작진은 최근 해명에서는 “촬영 여건을 미리 검토해 그가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스태프들의 항공권을 미리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만일 당일 출발할 수 있는 항공권이 없거나 전현무가 다른 목적지를 선택할 경우 스태프의 항공권을 취소하는 등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 역시 여행의 한 부분으로 담아낼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전현무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온 제작진은 평소 그의 취향과 관심 등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전현무가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제작진의 판단은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로서는 이조차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해명일 수도 있다.
결국 ‘나 혼자 산다’는 ‘리얼’함과 ‘버라이어티’함을 모두 놓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제작진의 일정한 연출을 이미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는 시청자들 앞에 결코 ‘리얼’하지 않은 상황 자체를 내어 보인 뒤 이를 ‘리얼’함이라 강조한 실책. 그래서 ‘버라이어티’함의 전제가 되어야 할 ‘연출된 리얼’함의 자연스러운 재미를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닐까. 시청자의 신뢰 역시 바로 거기부터서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6일 발표한 9월 예능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분석 결과에서 ‘나 혼자 산다’는 10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1위였다.
윤지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