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리지보든의 이야기', 과연 새엄마에게 40번 도끼질 했을까?

'괴물: 리지보든의 이야기', 과연 새엄마에게 40번 도끼질 했을까?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9.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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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괴물'의 네번째 이야기...여성 범죄자들의 인생 추적
워렌 비티-아네트 베닝의 딸 앨라 비티, 리지 보든 역으로 화려한 도약

넷플릭스 '괴물'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1890년대 실존 인물인 리지 보든의 이야기가 재탄생했다. 작품은 부모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리지 보든의 삶과 당대의 억압적인 시대상을 조명했다. 특히 리지 보든과 에일린 워노스, 바토리 등 여성 연쇄 살인마들의 서사를 교차 편집하여 여성들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리지 보든이 도끼를 집어들었네, 엄마에게 40번 도끼질을 했네~”

미국 아이들이 줄넘기나 고무줄 놀이를 할때 부르는 경쾌한 리듬의 이 노래는 잔혹하고 음산한 가사를 담고 있다. 그만큼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리지 보든 사건이 넷플릭스 ‘괴물’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제프리 다머, 메넨데즈 형제, 에드 게인을 잇는 ‘괴물’ 시리즈 네번째 주인공은 1890년대 미국 빅토리아 시대 실존 인물 리지 보든이다.

부유한 저택에서 앤드루 보든(찰리 허넴)와 아내 에비 보든(레베카 홀)이 도끼에 맞아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둘째 딸 리즈 보든(엘라 비티)다. 32살의 리지는 계모였던 에비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를 경멸했다.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이듬해 열린 재판에서 리지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미혼여성의 손을 들어줬고, 리지는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후 언니와 조용히 평생을 미혼으로 살아갔다. 이름을 바꾸고 칩거했지만, 대중에게 리지는 ‘도끼로 부모를 살해한 딸’로 남아 여전히 살인마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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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끝내 확정되지 않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 리버에서 벌어진 리지 보든 사건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기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리지의 삶과 여성에게 가혹했던 당대 시대적 분위기, 억눌린 그녀의 본능을 자극한 하녀 브리짓(비키 크립스)와의 은밀한 관계에 좀 더 집중한다.

인간은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이번 시리즈는 1890년대 여성의 인생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할리우드 전설적인 배우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딸인 엘라 비티가 연기하는 리지는 연약하고 순수하며 소심한 여자다. 노처녀라며 재산을 축내는 식충이 취급을 하는 새엄마의 학대와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아버지에게 억눌려 순종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하녀 브리짓이 들어오고, 그녀가 깨운 리지의 본능은 평생 동안 짓눌렸던 분노를 촉발시킨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번 시리즈는 리지 보든과 더불어 여성 연쇄 살인마로 서사를 확장해 각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수많은 처녀를 살해해 그들의 피로 목욕을 즐긴 ‘피의 여왕 바토리’와 남성들을 잇따라 죽인 에일린 워노스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받고 자신을 옭죄던 굴레에서 해방되는 변화를 담아낸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범행 자체보다도 ‘확정되지 않은 진실’에 있다. 리지가 정말 부모를 죽였는지는 지금도 역사적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괴물’은 그 불확실성을 오래 붙잡아두기보다 리지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아버지 앤드루와 계모 애비에게 억압받는 젊은 여성, 집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인물, 그리고 결국 폭력으로 돌파구를 찾는 인물로 리지를 재구성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엘라 비티의 섬약한 외모와 가느다란 목소리는 리지를 기존의 범죄물과 사뭇 다른 인물로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가정 내 억압과 여성에게 요구됐던 사회적 규범 속에서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는 리지가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고 대담한 독립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번 시즌은 리지와 에일린, 바토리를 세 축으로 두고 ‘여성의 분노와 폭력’이라는 주제로 연결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여성이 어떻게 괴물로 변화하는가를 담아 ‘만약 그녀의 폭력이 당시 여성들이 겪었던 억압에서 비롯됐다면?’이라는 주제를 직설적으로 쏟아낸다.

그 결과 작품은 상당히 매혹적인 순간과 지나치게 작위적인 순간을 동시에 갖는다. 공간과 의상, 피와 폭력으로 구성된 이미지들은 강렬하지만, 8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살인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자주 본론에서 벗어난다. 실화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추가한 이야기들이 산만하게 펼쳐지고,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 작품은 한 세기가 넘도록 사람들이 만들어온 ‘리지 보든이라는 괴물’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극적 상상을 가미해 살인의 진실을 넘어 억압과 욕망, 폭력과 해방을 스스로 쟁취한 여성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정명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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