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핸즈' 송강·이준영,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드라마 쪼개보기]

'포핸즈' 송강·이준영,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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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고 상처 주면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는 두 남자
우정의 짧은 환희와 긴 애증으로 쌓아 올린 감정의 진창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상처를 주고받는 강비오와 최정요의 복잡한 애증 관계를 그렸다. 지휘자의 손자인 비오와 천재적 감각을 지닌 정요는 과거 서로를 도왔으나 납치 사건과 오해로 인해 9년 뒤 복수와 죄책감이 뒤섞인 관계로 재회했다. 정요는 자신의 고통을 담은 곡으로 비오를 몰아붙이지만 비오는 그 곡을 완성하겠다며 다시 정요를 찾아가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저 둘에게 누가 대신 말을 좀 전해줬으면 싶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의 강비오(송강)와 최정요(이준영)를 보고 있으면 그런 마음이 든다.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했던 두 사람이 가장 아픈 곳을 골라 상처 낸다. 우정이 맑았던 시간은 짧고, 그 마음이 남긴 진창은 깊다.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도 더 들여다보게 되는 이상한 드라마다.

서로를 아프게 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친구가 남긴 상처를 품은 '학교 2013'의 고남순(이종석)과 박흥수(김우빈), 서로에게 칼을 겨누면서도 끝내 인연을 끊어내지 못한 '나의 나라'의 서휘(양세종)와 남선호(우도환)가 그렇다. '포핸즈'는 그 질긴 감정에 재능을 향한 선망과 열등감, 가족의 죄와 복수까지 부어 넣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환희와 절망, 원망과 연민이 번갈아 솟는다.

세계적인 지휘자의 손자인 비오는 좋은 배경과 성실함을 가졌지만 인정에 굶주렸다. 생계에 내몰린 정요에게는 음악을 자유롭게 다루는 감각이 있다. 재능 앞에서 작아지는 비오는 살리에리를 떠올리게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알아듣기에 더 괴로운 살리에리처럼, 비오도 정요의 빛을 외면할 수 없다. 여기에 그 빛을 지켜주고 싶은 애정까지 겹치니 마음은 더욱 복잡해진다.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초반의 다정함은 그래서 나중에 더 아프게 돌아온다. 비오는 무대 공포에 떠는 정요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게 했다. 정요는 콩쿠르를 포기하려는 비오에게 자신의 해석이 담긴 악보를 건넸다. 경쟁자의 약점을 알고도 승부에 이용하지 않았던 순간들이다. 서로를 무대에 세워준 기억이 깊으니 이후의 배신감도 단순한 미움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9년 뒤의 재회는 그 기억을 뒤집는다. 납치와 총상으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정요는 지휘자가 돼 돌아온다. 비오는 사라진 정요를 찾아 헤매다 그의 환영을 보고 연주마저 어려워진다. 한 사람의 연주는 총상 후유증으로, 다른 사람의 연주는 친구의 부재로 멈췄다. 정요가 비오를 다시 연주하게 돕는 순간에도 복수는 진행 중이다. 구해주는 손과 끌어내리는 손이 같다는 모순이 두 사람을 묶는다.

어머니가 정요의 납치를 사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비오의 침묵은 답답하다. 정요는 비오가 사건에 연루됐다고 오해하고, 비오는 진실을 밝히는 대신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떠안는다. 어머니를 지키려는 선택이 친구를 다시 상처 입힌다. 죄책감은 크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는 부족하다. 비오를 마냥 가엽게만 볼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포핸즈' 방송화면 / 사진=tvN

관계의 진창은 정요가 자신의 협주곡을 비오에게 맡기면서 더욱 깊어진다. 그는 총구를 피해 도망치던 공포를 카덴차에 담았다고 밝히며 비오의 연주를 거듭 부정한다. 과거 친구에게 건네던 악보가 이제는 고통을 이해하라는 요구가 된다. 비오는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만큼 몰린 끝에 해고된다.

정요가 비오를 몰아붙이는 데에는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는 마음과 너도 그만큼 아파보라는 원망이 뒤엉켜 있다. 한때 서로를 무대에 세워주던 음악이 이제는 상대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겪은 절망을 되돌려주는 복수의 수단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비오는 다시 정요를 찾아간다. 자신을 향한 증오가 담긴 곡을 가장 잘 표현할 사람은 자신이라며 초연의 기회를 요구한다. 복수의 대상이 그 복수를 음악으로 완성하겠다고 나서는 역설이다. 이 관계는 '너만 아니면 돼'로 끝날 듯하다가도 번번이 '너여야만 해'로 돌아온다. 상대를 밀어내는 말조차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절규처럼 들린다.

송강과 이준영의 연기는 두 인물의 복잡함에 비하면 다소 단조롭다. 자책과 원망, 미련과 애착의 미세한 차이가 충분히 갈라지지 않는 순간도 있다. 다만 몰입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두 배우의 시각적인 어울림과 서로를 밀어내고 붙드는 호흡은 이 관계를 계속 보게 한다.

'이런 우정 아니면 하고 싶지도 않다'는 과장이 떠오를 만큼 두 사람의 감정은 절절하다. 그토록 망가진 뒤에도 서로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남아 있다. '포핸즈'의 남은 이야기에 바라는 것은 서로를 벌주느라 삼킨 말들을 마침내 꺼내는 순간이다. 그때는 누구도 대신 전해줄 필요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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