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이 더는 지리와 언어적 케이(Korea)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인 데다 걸·보이그룹 멤버들 국적 역시 모두 케이(Korean)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지금 올데이 프로젝트(이하 ‘올데프’)는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글로벌 스타일과 사운드로 세계 시장을 지향하면서도 지리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정통의 ‘케이’를 여전히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신작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접목한 노래 제목 ‘NO 한도(Limit)’는 그걸 상징하고 있다.
올데프의 음악이 처음처럼 신선하지 않다는 의견이 종종 눈에 띈다. 사실 이건 모순된 말로, 신선함은 신인의 특권이기에 그렇다. 게다가 유명하진 않지만 이미 주목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앞세운 ‘FAMOUS(페이머스)’로 저들은 이미 충분히 신선했다. 아티스트가 신선하게 데뷔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나면 이제 성장, 숙성의 단계로 가야 하는 게 인지상정. 데뷔 1주년을 넘기고 두 번째 EP로 돌아온 이들의 음악은 그래서 신중하다. 요즘처럼 앨범 발매 간격이 짧아진 시대에 두 번째 EP를 9개월 만에 발매한 것에서도 더블랙레이블과 올데프의 예술적 고심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사실 창작자 입장에선 노골적인 자기 복제만 아니라면 과거 스타일을 참고하고 반영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흘러간 매체인 줄만 알았던 LP의 국내 수요가 100만 장을 찍고, 케이팝 보이그룹(클로즈유어아이즈)이 옛 가수(윤시내)의 곡을 샘플링하는 등 새로운 것과 옛것이 어울려 가장 뜨거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시대라면 더 그렇다. 최대 30년 틈을 기발하게 넘나드는 올데프의 음악은 그래서 앰지·젠지 세대를 넘어 40~50대 엑스 세대에게도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Up ALL NIGHT(업 올 나이트)’ 같은 곡이 들려주듯 비록 메시지는 지금 청춘들의 정서에 특화되어 있다 해도, 젊은 시절 비슷한 메시지를 공유했던 중년 세대에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건 올데프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요 매력이다. 역시 뮤지션의 가장 근사한 모습은 세대 구분 없이 음악의 본질을 놓지 않으려는 데서 발휘될 때가 많다. 올데프는 그걸 할 줄 아는 팀이다.
올데프는 같은 걸 반복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WICKED(위키드)’처럼 4개 이상 장르를 한 솥에 넣어 세련된 긴장감을 쪄낸 그들은 이른 숙성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그건 지난 EP 때와 달라진 그룹명 이니셜을 양각으로 새긴 재킷 아트워크부터 당장 느껴진다. 저 깊고 근엄한 느낌은 마치 새 앨범을 통해 ‘ONE MORE TIME’(원 모어 타임)의 통통 튀는 팝 대신 블랙 뮤직이라는 자신들의 뿌리에서 진한 무언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솔직히 그룹 이름을 정면에 내건 이들의 지난 EP 제목에 조금 당황한 기억이 난다. 보통 셀프 타이틀이라면 데뷔 때나 음악적 변신 때 주로 쓰는데 반해, 올데프는 데뷔 6개월도 되지 않아 써서였다. 신보의 타이틀 곡 ‘CRASH(크래시)’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 이들은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태도"를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올데프의 트렌드 세터로서 면모이기도 하다. EP ‘ALLDAY PROJECT’의 하이라이트가 ‘WHERE YOU AT’(웨어 유 앳)의 마지막 30초인 것도 그런 상식을 깨는 장치로서 나에게는 들렸다.

올데프의 새 앨범은 침잠이라기보단 침착한 앨범이다. 흥을 부르는 건 ‘CRASH’의 신스 루프와 댄스 비트 정도일까. 이국적인 ‘NO 한도’의 브라질리언 펑크도 신나되 마냥 밝지만은 않다. 요컨대 신보엔 곡 하나를 접고 구겼다 펴서 날려 보내는 ‘LOOK AT ME’(룩 앳 미)식 구성의 현란함은 없다. 사운드도 춤도, 뮤직비디오의 시크하고 무심한 시선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절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번져 나오는 멋과 카리스마는 되레 배가 되는 걸 보면 이 역시 팀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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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TALK’(톡). 곡 전체를 뒤흔드는 둔중한 베이스를 뒤로 하고 영서에서 타잔, 다시 애니에서 영서로 멍석을 깐다. 올데프는 이렇듯 노래에도 랩에도 늘 같은 가치를 부여해 왔다. 이어 베일리와 우찬의 주고받기 랩 파트가 작렬하고 나면 곡은 처음의 어두운 힙합 베이스를 도로 머금어 사라진다. 곡이 끝나고도 코러스 멜로디가 계속 뇌리에 맴도는 ‘CRASH’가 이어 흐르고, 패션지가 제작한 영상 같은 뮤직비디오를 가진 ‘DO IT LIKE THIS’(두 잇 라이크 디즈)가 뒤를 받친다. 이 곡에선 YG엔터테인먼트의 특징들이 산발적으로 들리는데, 아무래도 올데프의 소속사가 빅뱅과 투애니원, 블랙핑크와 작업한 테디의 회사이니 그럴 것이다. 이번 앨범의 차분한 온도와 색깔을 대표하는 마지막 곡 ‘UP ALL NIGHT’는 데뷔곡 ‘FAMOUS’에서 썼던 어쿠스틱 기타를 ‘YOU AND I'(유앤드아이)의 서정성과 교차시켜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되는 다음의 결과물을 기대케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살짝 호불호가 갈리는 앨범인 걸로 안다. '호'는 이 글의 주제인 팀의 이른 숙성에서, '불호'는 이 글이 반론한 신선함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나의 결론은 굳이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광고판을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입소문을 탈 만한, 더 알려져야 할 작품이라는 것이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