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째 2%대 시청률…좋은 만듦새와 호연 무력하게 만든 여주 서사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데 인물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KBS 2TV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가 6회까지 쌓은 아이러니다. 이미도(안은진)는 초반의 민폐 여주인공에서 연인을 배신하고 그 사실까지 숨기는 나쁜 연인으로 악화됐다. 안은진의 호연이 그 이기심을 선명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다.
이미도는 5, 6회에서 첫눈이 내린 날 술에 취해 외박한 뒤 밤새 자신을 걱정한 연인 남궁호(서강준)에게 아무 일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사실 한태승(이주안)과 키스를 나눴고, 남궁호도 뒤늦게 녹음 파일을 통해 연인의 배신과 거짓말을 마주한다. 이처럼 10년 연애를 무너뜨린 자극적 전개에도 시청률은 또 2%대에 머물렀다. 답답함만 자아내는 여주 서사가 시청자 유입을 가로막는 모양새다.
이미도는 극 초반 자존심을 꼿꼿이 세우다 영화에서 잘리고 생계가 빠듯한 처지에도 배상할 사고부터 벌여 답답함을 안겼는데, 이제는 연인을 배신하고 거짓말까지 하니 도저히 응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신의 상처와 분노를 앞세우며 타인에게 끼칠 피해와 뒷감당은 밀어두던 태도가 연애에서도 반복되면서 인물을 이해할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물론 이미도의 흔들림에는 들여다볼 사정도 있다. 실패가 두려워 영화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자신의 재능을 믿는 남궁호에게 그 마음을 말하기 어렵다. 한태승은 그 속내를 알아채고 영화 일을 그만둘 명분까지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연인의 응원이 오히려 부담되는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마음을 들켰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불안과 끌림을 이어줄 과정이 부족하다.
그 뒤에 반복되는 이미도의 눈물은 인물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남궁호가 차려놓은 밥상과 메모를 보며 울고, 함께 먹고 잠드는 순간에도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정작 남궁호에게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상대가 진실을 알고 관계를 판단할 기회는 막아놓은 채 자신의 괴로움만 쏟아낸다.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반성보다 좋은 연인을 잃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자기 연민으로 읽힌다.
남궁호는 그 눈물까지 돌본다. 이미도가 다시 웃기를 바라며 파리 주재원 지원을 고민하고 그의 미래를 챙긴다. 이미도가 다른 남자와 키스한 죄책감 때문에 우는 줄도 모르고 시름하고 마음 쓴다. 안은진이 미안함과 동요를 생생하게 연기할수록 이 불균형도 선명해진다. 배우는 인물의 감정을 설득하지만 대본은 그 감정을 받아줄 이유를 충분히 주지 못한다.
새 회차가 이미도의 헌신을 보완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는 어린 시절 사채 담보로 끌려갈 뻔한 남궁호를 구했고, 휴대폰 사기 누명을 벗기는 데도 힘을 보탰다. 현재에도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그를 위해 나선다. 이미도 역시 오래도록 남궁호를 지켜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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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현재의 배신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를 구해온 과거가 두터울수록 신뢰를 저버린 선택을 설명할 과정도 치밀해야 한다. 드라마는 그 빈자리에 과거의 헌신과 현재의 눈물을 놓는다. 남궁호를 보호하는 용감한 여주와 그에게 거짓말하는 연인 사이의 간극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멜로라는 점을 떠올리면 방향이 의아하다. 잘못을 숨기는 여주와 끝없이 받아주는 남주의 상황은 지금 시청자에게 설렘보다 인내를 더 요구한다. 인물에게 시련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시련을 거치며 감정이 어디로 바뀔지, 다시 인물을 응원할 여지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6회까지 이미도에게는 그런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단서보다 미워할 이유를 거듭 심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비밀을 드러내는 역할마저 녹음 파일에 맡겼다. 이미도는 스스로 고백하지 못한 채 뒤늦게 달려와 노트북을 덮는다. 다른 남자와의 키스와 거짓말은 확실하게 남았는데 그 인물을 다시 바라볼 근거는 준비되지 않았다.
안은진은 이미 죄책감의 크기를 연기로 오롯하게 보여줬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눈물이 아니라 이미도가 자신의 선택을 감당하는 과정이다. 좋은 만듦새와 배우의 호연을 여주인공의 이기심을 부각하는 데만 써서는 곤란하다. 그나마 남은 시청자마저 '너 말고 다른 드라마'를 찾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